10일 열린 월례 회장단회의엔 20명의 참석 대상자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8명이 참석했다. 최근 수년동안 가장 저조한 출석률. 손병두 상근부회장은 겸연쩍은 듯 “매년 2월엔 항상 참석률이 저조했다”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2월 회장단회의는 김우중전회장 추대총회 직전에 열려 성황을 이뤘다.
전경련 운영예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재벌 총수들은 최근 2년동안 청와대 등에서 열린 정재계 간담회를 빼고 나면 얼굴을 맞댄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 2월 김 전회장이 재계 수장으로 추대된 뒤에도 4대 재벌 중에서는 정몽구 현대회장과 손길승 SK회장이 가끔씩 얼굴을 내밀었을 뿐.
LG 구본무회장은 반도체사업을 현대에 넘긴 뒤 회장단회의를 ‘보이콧’하는 인상이다. “빅딜을 중재했던 전경련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안 풀렸다”는 재계 시각과 “선대회장이 벌여놓은 반도체를 넘기고는 공식 행사에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라는 전경련측 해석이 엇갈린다.
10일 회의엔 ‘단골멤버’ 손회장마저 불참했다. 회의 직전 “왜 불참하냐”는 질문에 “회의장에 가고 있다”고 답했던 SK구조조정본부는 부랴부랴 비서실에 확인, “지방출장 계획이 잡혔다”고 말했다.
후임회장으로 유력한 정몽구회장과 역시 후임회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유상부 포철, 김승연 한화회장 등도 모두 불참했다. 차기 회장 선임을 1주일 앞둔 마당에 공연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비중있는 그룹 총수들이 불참한 탓일까. 전경련은 이날 희망 회원기업들에 한해 세전이익의 1%를 빈민구제용 자금으로 내놓겠다는 구상을 발표했지만 무게가 실리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수백억원대 사회공익 활동’ 구상을 재탕했다는 지적마저 받았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