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값이면 코스닥으로?…주가 2배이상 높아져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증시는 패션이다. 기업가치도 중요하지만 시장흐름을 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 투자자들이 거래소비중을 줄이고 코스닥으로 옮기면서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거래소시장을 앞지르고 있다. 거래소기업들은 코스닥에 등록된 경쟁기업들의 주가가 2배 이상 높아지자 “왜 이렇게 저평가돼있는지 모르겠다”며 시장을 원망한다.

하지만 증권전문가들은 산업흐름이 정보통신과 인터넷 등 성장성 위주로 흘러가고 있어 이런 업종이 몰려있는 코스닥으로 증시자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거래소기업, 상대적으로 저평가〓매출액과 순이익, 유보율 등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는 대부분 거래소기업이 앞서있다.

유보율은 납입자본금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 등으로 구성된 총자본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것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내 여유자금이 좋다는 의미. LG투자증권 서도원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과 주당순이익(EPS) 주가수익비율(PER) EV/EBIDTA 등 여러 가지 기업가치 평가기준을 통해 볼 때 거래소기업이 더 우수한데 실제 주가는 코스닥기업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 거래소기업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코스닥경쟁기업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자 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기술력과 품질, 시장점유율 면에서 모두 앞서는데 주가는 전혀 따라가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거래소가 소외받는 이유〓과거에는 코스닥시장이 거래소시장의 전단계로 인식돼 기업이 성장하면 거래소로 올라가는 것이 커다란 기쁨이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이 미국 나스닥처럼 거래소와 별개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고 첨단기술주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 등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이동한 기업은 현재 후회가 막심하다.

대우증권 이영목 과장은 “정보통신과 인터넷기업이 몰려있는 코스닥으로 증시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하나의 패션”이라고 말했다.

LG증권 서도원 애널리스트도 “코스닥시장은 주가움직임이 활발해 개안투자자들은 같은 업종이라면 코스닥기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상이지만 인정해야 한다〓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주장을 따른다면 이러한 거래소와 코스닥기업간 주가차별화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증시는 대세가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코스닥열풍이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

마이다스에셋 박광수 주식운용팀장은 “펀드만기가 짧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은 기업가치보다 시장패션을 더 따라가는 경향이 많다”며 “현 증시의 주도권은 코스닥으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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