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가관리 비상'…자사주 매입-투자설명회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4분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포항제철의 투자설명회. 이례적으로 유상부(劉常夫)회장이 직접 참석해 투자자들 앞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작년 순이익 실적 등 회사의 경영성과와 경영전략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했다.

기업홍보(IR) 담당 임원이 주관하던 관례를 깨고 유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유회장 자신의 말 속에 들어 있었다.

“주식시장은 미인선발대회와 같다. 자기가 아무리 예쁘다고 얘기해도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유회장의 말에는 화려한 경영성적에도 불구하고 ‘겨우’ 11만원대에 머물러 있는 포철 주가에 대한 서운한 심정이 담겨 있었다.이날 유회장의 참석은 결국 자사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직접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유회장은 17일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는 해외 투자설명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처럼 증권시장에서 ‘찬밥’대접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가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쌍용〓쌍용정유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200만주의 자사주를 14일부터 매입키로 했다. 200만주는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社)의 지분 35%와 자체보유 주식 30.1%를 제외한 유동가능 주식의 10.19%에 해당하는 규모. 회사측은 “자사주 매입결정은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그룹차원에서 이 달 중 미국과 유럽연합(EU), 아시아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IR팀을 파견, 해외 투자자 설명회를 연다. 삼성그룹은 주가를 경영실적 평가의 주요기준으로 삼고 있어 계열사 경영자들은 주총을 앞두고 주가 끌어올리기에 분주하다.

▽현대〓자동차와 중공업, 전자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 달 중 기관투자가와 소액 주주들에게 이를 알릴 계획이다. 특히 상장 후 주가가 예상 외로 하락해 있는 현대중공업은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원은 더 이상 없다”는 점을 분명히 홍보할 방침이다.▽LG·SK〓LG화학 LG전자 LG상사 등 계열사의 IR팀을 중심으로 기관투자가를 위한 투자 설명회 일정을 짜고 있다. SK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문제 등과 관련한 향후 전략을 짜고 있으며 한국통신도 이 달 중 경영 전략 발표회를 갖는다.주가 부양을 위한 재계의 공동 작업도 눈에 띈다. 삼성을 포함해 한솔 한화 두산 등은 22일과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경영원 주최 세미나에 참석, 디지털 경영 전략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이 세미나에는 이들 기업의 핵심 임원들이 대거 참가, 주주들에게 개별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 내용을 공개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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