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터넷 관련 업체는 물론 인터넷과 전혀 무관한 ‘굴뚝산업’들도 앞다퉈 인터넷을 소재로 광고를 만들고 있다.
나드리화장품이 N세대를 겨냥해 선보인 신제품 ‘멜(me:ll)’. 제품 이름부터 E메일을 상징한다. 광고에는 최고의 테크노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탤런트 전지현이 등장한다. 모델과 제품이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커뮤니케이션한다는 내용.
여인이라면 누구나 꿈꿀만한 탄력있고 매력적인 모델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녀의 얼굴에서 마우스 포인터가 돌아다니다가 화장품으로 옮겨지면서 서로 메일을 주고 받는다.
“내 피부가 신호를 보냈다. 내 피부로 멜이 왔다”는 메시지. 모델이 화장품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피부의 아름다움을 지켜간다는 내용을 E메일이라는 소재로 독특하게 표현했다.
대홍기획 홍현기 팀장은 “화장품처럼 얼핏 전혀 인터넷과 무관할 것같은 제품의 CF에 E메일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관심을 끌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
제일기획에서 제작한 한빛은행 CF도 인터넷이 소재. 직원이 E메일로 고객에게 소식을 전한다는 내용이다. 탤런트 김규리가 카페에 앉아 노트북 컴퓨터를 펼쳐놓고 있다. 모니터 화면에 “고객님이 신청하신 대출금이 입금되었습니다”라는 메일이 도착한다. 화면 상단에는 ‘www.hanvit.co.kr’이라는 주소가 선명하다. “누군가 날 배려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바로 한빛은행이었어요”라는 멘트. 이 광고 역시 은행과 E메일이라는 소재를 연결해 ‘꼼꼼하게 고객을 배려한다’는 점과 ‘빠르게 업무를 처리한다’는 두 가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다.
속옷인 쌍방울 트라이 광고에도 인터넷 사이트로 보이는 모니터 화면에 “Tell me try”라는 메시지가 떠있는 장면이 나온다. 인터넷 사이트를 비주얼 소재로 활용, 속옷이라는 제품의 이미지를 현대적이고 사이버적으로 표현했다는 평.
일양약품 원비디의 경우 원예업을 하는 사장이 모델로 등장해 꽃시장 상황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장면을 내보낸다. 피로회복제라는 다소 구식 이미지를 주는 제품을 인터넷이라는 소재로 훌륭하게 되살렸다.
광고계 관계자는 “광고는 시대와 경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라면서 “IMF를 맞았을 때 광고계에서 해외촬영을 자제하거나 비주얼을 그대로 둔 채 카피만 바꾸는 식의 알뜰 광고가 유행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