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청사로 이전하면서 비워진 옛 청사 건물과 사무집기 등을 그대로 활용해 별도로 큰 비용도 들지 않았다. 기장군청은 이 곳에 2004년까지 20개 이상 벤처기업을 입주시키고 부산 경남 지역 대학의 우수 연구인력을 흡수해 ‘기장 밸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지방자치단체마다 벤처기업 키우기에 한창이다. 곳곳에 창업보육센터를 설치하고 창업 지원 자금 마련을 위해 중앙 정부에 아쉬운 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은 특히 최근 붐을 이루는 인터넷 벤처가 어차피 가상 공간을 무대로 활동하기 때문에 지방업체라는 점이 큰 핸디캡이 되지 않아 더욱 적극적으로 벤처 육성에 힘을 쓰고 있다. 또 우수 기술인력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벤처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 가운데 한 곳인 대구시는 올해 47억원을 투입해 계명대 캠퍼스에 소프트웨어 비즈니스타운을 만들 예정이다.
대구시는 또 시내 곳곳에 대구테크노파크, 벤처전용산업단지 등을 만들어 지난해보다 100개 많은 300개 업체가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경남도는 창업에 따른 각종 세무 법무 절차를 지원하는 창업지원단을 올 초 발족했다. 경남은 또 도내 10개 대학에 벤처창업 저변 확대를 위해 1억∼2억원씩 지원키로 하고 5월경에는 경남벤처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해 도내 벤처 창업이 200개를 넘어서는 등 창업열기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경남도의 판단.
경북도도 벤처기업 육성자금 20억원을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하고 현재 120개인 벤처기업을 올해말까지 200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경북벤처박람회’를 열고 벤처 창업 동아리를 지원하는 등 우선 도내 대학가에 벤처창업 분위기를 띄울 예정이다.
광주시는 75억원을 들여 벤처타운을 조성하고 전남도와 연계해 투자유치 설명회 등을 적극적으로 열기로 했다. 올해 창업 목표 업체 수는 지난해의 두 배인 300개. 이밖에 대전시는 지난해 초 문을 연 대덕연구단지내 첨단기술센터를 중심으로 벤처 열기를 유지해간다는 계획이며 제주도도 지난해말 열었던 ‘실험실 벤처창업 로드쇼’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
한편 강원 원주시가 의료기기 관련 벤처를 전문적으로 육성키로 하고 부산 기장군은 수산유통 쪽으로 벤처창업을 집중 유도키로 하는 등 지역별 특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지자체들의 벤처 육성 바람에 힘입어 서울의 ‘테헤란 밸리’처럼 부산 ‘수영만 밸리’, 광주 ‘금남로 밸리’같은 ‘벤처 특구’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