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원高…油高… 수출업계 '이중高'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무역업계는 원화 환율이 크게 내려(원화가치 상승) 이미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유가인상에 따른 원자재 물류비 인상까지 예고된 터라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섬유 등 경공업 업체들의 위기감이 심각한 편.

폴리에스테르 합성직물을 100% 수출하는 ㈜대광의 경우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1달러당 1180원을 기준으로 했다가 위기를 맞았다.

국내에만 동종업체가 1000개를 넘을 정도로 경쟁이 심한 터에 원자재 원료비까지 들먹거리고 있어 조만간 ‘제살 깎기식’ 수출을 감수해야 할 처지.

이 회사 우원용전무는 “연초 환율전망도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었다”며 “대만 중국업체들과 해외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수출목표 달성이 힘들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환율 외에도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와 해운선사들이 원유가 인상을 계기로 3, 4월경 화물수송 운임을 올릴 예정이어서 수출업계의 채산성 악화는 이미 예고된 상태.

무역협회가 지난 연말 설문조사한 ‘손익분기점’ 환율은 1120원. 업종별로는 타이어 섬유 등이 1160원으로 가장 높고 가전 전자부품 등이 1050∼1080원대. ‘설문에 답한’대로라면 이미 상당수 경공업체가 문을 닫을 위기를 맞은 셈. 더욱이 당시 조사시점보다 엔화가치가 떨어져 실제 수출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협회 유인렬 이사는 17일 “회원사 중 사업계획을 달러당 1100원대로 잡은 곳은 거의 없다”며 “시장 내 달러수요가 늘어나도록 정부가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은 환율급락에도 다소 여유를 느끼는 편.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올초 달러당 1100원대로 사업계획을 짠데다 수출제품에 따라선 바이어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비용인상분 일부를 떠넘길 수도 있기 때문.

삼성의 경우 한술 더 떠 달러당 800원대에도 견딜 수 있는 ‘환율변화에 자유로운’ 초긴축 사업계획을 마련 중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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