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껑충' …수출 치명타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원유 산업용금속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유가 급등세가 정점에 다다른 것 같다”고 내다보면서도 “경기 상승세가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가〓배럴당 30달러를 웃돌던 국제 원유가의 상승세는 세계 최대 수요국인 미국의 ‘긴급대응’으로 주춤거리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석유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할 수도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실제 미북동주 주민들을 위해 1억2500만달러어치의 난방용 석유를 방출했다.

뉴욕상품시장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이날 배럴당 30.03달러(3월 인도분 기준)에 거래가 시작된 뒤 오름세를 거듭해 30.4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클린턴 대통령 발언의 영향으로 30.05달러에 마감됐다.

영국 런던석유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4월 인도분)도 전날보다 24센트 뛴 27.37달러에 장을 마쳤다. 중동 두바이산 원유가는 배럴당 15일 25.70달러(현물가 기준)에서 16일 25.07달러로 하락.

▽산업용 원자재도 들먹〓백금 파라디움 니켈 등 산업용 원자재의 국제가격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금속 곡물 원유 등 14개 품목의 전세계 주요시장 가격동향을 지수화한 닛케이국제상품지수(80년평균〓100기준)는 16일 313.65로 2년4개월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 국제 원자재 17개 품목의 가격동향을 나타내는 미상품조사기구(CRB) 선물지수(67년평균〓100기준)도 14일 212.77로 작년 2월말보다 16%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자동차배기가스 처리 촉매나 전자부품의 전극 등에 사용되는 파라디움. 뉴욕선물시장에서 14일 처음으로 1온스(31.1032g)에 600달러를 넘어섰으며 연초보다 36% 올랐다. 파라디움과 같은 용도로 쓰이는 백금도 연초보다 21% 상승.

그동안 생산과잉으로 가격하락을 거듭해온 옥수수 대두 등 곡물 가격도 서서히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장〓원자재 가격 급등은 세계 경기가 본격 회복되었기 때문. 여기에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시장에 몰렸던 투기성 자금이 상품선물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조업의 비용을 상승시키는 반면 실업을 늘리는 스태그플레이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세계 각국은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특히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 경제는 수출경쟁력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산업자원부 추산에 따르면 원유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수입액은 연 8억7000만달러가 늘어나는 반면 수출은 1억달러 줄어들게 된다.

다만 원유의 경우 성수기를 지나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 수입원유 중 75%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위안거리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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