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책임 배상보험 뜬다…대기업 임원들 가입 폭증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A전자회사의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이 회사자금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손해를 입었다며 전현직 임원 11명을 상대로 3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B증권사 주주들은 임원들이 모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주식매매행위로 회사에 2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임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기업경영의 새로운 위험요소로 떠오르면서 손해보험사의 임원배상책임보험(Directors & Officers Liability Insurance)이 각광을 받고 있다.

▽경영환경 급변〓정부는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주주에게 기업의 건전한 감시인 역할을 부여한다는 차원에서 소액주주 권리강화를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이 98년 총발행주식의 1%에서 0.01%로 크게 완화됐으며 4월부터는 0.005%로 낮아진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1주만 갖고 있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과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어서 과거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기업경영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

▽보험가입 러시〓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건수는 96년 1건(보험료 200만원)에 불과했으나 99년에는 220건(보험료 370억원)으로 폭증했다.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임원들이 소송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입하고 있는 것.

부실대출 명세를 근거로 소액주주들이 잇따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금융기관의 가입이 많아졌고 시민단체가 주주총회에서 5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의 경영잘못을 철저히 묻겠다고 선언하자 일반기업과 상장공기업들도 앞다퉈 가입하고 있는 추세. 삼성화재 관계자는 “국내외 합작기업의 외국계 임원들은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을 고용조건으로까지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체 상장회사의 95% 이상, 비상장회사는 80% 이상이 이 보험에 가입했으며 일본 상장기업은 80%를 웃돌고 있다.

▽보상범위〓보험사는 임원이 회사업무와 관련된 업무수행 중에 발생하는 실수나 의무위반, 태만 과실에 대해 소송이 제기됐을 경우 배상금과 소송비용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신규사업 진출 또는 해외사업 실패, 인수합병(M&A) 좌절 등으로 주가가 내린 경우다. 하지만 사기나 횡령, 배임 행위 등은 임원 개인이 범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보상받을 수 없다. 보상한도액은 △10대그룹 소속 대표기업 200억∼500억원 △10대그룹 소속 중견기업 및 30대그룹 소속 대표기업 100억∼300억원 △30대그룹 소속 중견기업 50억∼200억원 △기타 제조업체 20억∼30억원 △소규모 제조업체 20억∼30억원 △금융권 50억∼200억원 등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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