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연혁에 걸맞게 다양한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조흥은행이 19일로 창립 103주년을 맞는다. 1897년 서울 종각 맞은편 현 영풍문고 터에 순수민족자본의 한성은행으로 출발한 조흥은행은 103년만인 현재는 △점포 483개 △직원 6900여명 △고객 872만명 △총자산 54조원의 대형 은행이다.
19세기말에 설립돼 격동의 20세기를 거쳐 새 밀레니엄에 이르기까지 국내 금융기관 중 처음으로 3세기를 이어가는 기록을 또 하나 추가하게 됐다.
장수를 누린 만큼 생일상을 푸짐하게 차릴 법도 하지만 은행 내부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 외환위기 때 거래기업이 잇달아 부도를 내는 바람에 생겨난 부실을 털어내느라 허덕이던 터에 지난해 대우사태까지 겹치면서 각종 경영지표가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
특히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면서 위성복(魏聖復)행장 등 경영진의 마음 고생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조흥은행측은 오랜 기간의 영업을 통해 구축한 고객기반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기존 부실만 정리되면 충분히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위행장은 “금융 겸업화와 정보화 추세에 맞춰 사이버 뱅킹 분야에 주력하면서 여신 및 수익관리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등 내실을 차근차근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흥은행은 2월 한달간 승용차 등을 경품으로 내건 퀴즈행사와 정기예금 금리우대 등 창립기념 사은행사를 펼치고 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