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11월18일 금강호 처녀출항부터 이달 16일까지 379항차 동안 쌓인 현대상선의 누적적자는 수백억원. 더구나 다음 달 세계적 크루즈선사인 말레이시아의 ‘스타크루즈’가 한일 고객을 겨냥한 크루즈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강력한 경쟁자까지 만나게 됐다.
▽내항면허냐, 외항면허냐〓금강산 관광선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로부터 내항면허를 받은 상태.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조문과 북한 경수로 건설현장에 자재를 실어 나르는 선박에 내항면허를 준 선례를 따랐다.
이에 따라 문화관광부와 관세청은 각각 카지노장과 승객용 면세용품점 개설을 불허했다. 관광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운임에 붙는 부가세만 감면한 상태.
하지만 금강산 관광객들은 동해항에서 통관 이민수속 검역절차(CIQ)를 거친다. 외국항으로 출국하는 절차를 밟는 셈.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16개월이 됐지만 크루즈 영업이나 남북간 상용 운항에 적용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관광선은 규제의 집합처〓금강산 사업은 98년 정부의 사업계획 심의 때 ‘남북한교류에 관한 특별법’상 10개 이상 부처 차관의 동의를 얻었다. 각 부처가 사업내용과 취지에 공감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3척의 관광선마다 10개 이상의 인허가를 따로 받았다. 병원 주점 단체급식당 담배소매업 환전 등 모두 주무 부서가 다르다. 마사지업을 하려다가 ‘마사지는 맹인만 할 수 있다’는 규정과 ‘맹인 승선불가’ 규정이 충돌해 포기하기도 했다. 동해 대신 부산 출항계획을 밝힌 뒤엔 동해에서 받은 면허를 모두 반납하고 다시 부산시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을 접촉하고 있다.
내항면허에 따르면 ‘장전항 부두접안시설 안전검사’는 동해지방 해양수산청이 맡아야 하지만 장전항을 북한 당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불가능한 상태.
▽관료들의 복지부동〓내외항 면허를 둘러싼 법적 ‘혼선’은 지난해 9월 통일부 해양부 일각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해양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할 수 없다”며 “통일부가 교류협력 시행령을 손봐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해줘야 한다”는 입장. 반면 통일부는 10개 이상의 정부 부처와 손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 크루즈선사인 말레이시아의 ‘스타크루즈’가 다음달 12일 부산∼일본 고베∼부산을 잇는 4박5일 일정을 단돈 3만엔(약 30만원)에 소화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금강산 관광의 강력한 ‘대체상품’이 등장한 것.
현대 내에는 “일관성 있는 햇볕정책 덕택에 금강산 뱃길이 열린 만큼 적자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의견과 “우리도 장사꾼인데…”라는 불만이 엇갈리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