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관계자들은 증권거래소가 내놓은 시장활성화 대책이 거래소가 떠안고 있는 유통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함량 미달’이라고 평가했다.
23일 거래소 주가는 증시부양책에 힘입어 30포인트나 급반등하면서 지수가 880선에 도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접한 24일부터의 주가동향은 불투명하다는 것.
수요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구조적인 수급불안을 겪고 있는 거래소시장에 대해 정부가 직접 부양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실정.
박창배(朴昌培)증권거래소 이사장은 “당장의 수요기반을 확충한다는 즉흥적인 대응조치보다는 증시의 균형발전 방안을 제도개선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며 근시안적인 대증요법은 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 중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거래소시장 진입기준의 문턱을 대폭 낮춘 것.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닥시장을 의식해 유망 중소형기업들이 거래소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준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자본금이나 매출액 회사업적 등 획일적이던 상장요건을 기업규모별로 다양화하고 소형회사도 미래 성장세가 확인되면 거래소 상장을 과감히 허용하겠다는 것. 비록 상장 당시에는 자본금을 까먹은 상태라 할지라도 회사 이익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자본잠식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 경우엔 상장을 과감하게 허용한다는 것.
거래소는 현재 코스닥 등록 중소기업에 부여하고 있는 법인세혜택을 거래소 상장기업에 적용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법인소득의 50%를 사업손실준비금으로 적립하고 5년 뒤 손실분을 제외하고 납입토록 해 세금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복안이다. 이 방안들은 코스닥시장의 활황을 겨냥한 것이지만 유망 중소형사들이 벤처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는 코스닥시장을 등지고 얼마나 거래소로 돌아설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거래소는 또 전산프로그램 개발이 완료되는 2개월 뒤부터 점심시간 휴장을 폐지하기로 했다. 증권사 노조의 반발에 부닥쳐 시행이 보류됐던 점심시간 개장 문제를 증시발전 방안이 나온 참에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이트레이딩처럼 초단기 매매이익을 노리는 시장교란행위에 대해서도 어떤 형태로든 규제해줄 것을 증권당국에 요청했다. 기관투자가의 허수주문 등 시세조종행위에 대해 조사활동을 강화해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이번 대책은 증시기반을 선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타율적인 증시부양책이라기보다는 상장사들 스스로 주주의 신뢰를 받을 것을 독려하고 있다. 기업경영성과를 수시로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정기적으로 IR(투자자홍보) 활동을 강화해 직접 투자자를 설득하고 주주를 제대로 대접하라는 경고메시지를 내놓은 셈.
시장대책에서는 턱없이 낮은 배당 때문에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상황을 감안해 액면가배당률이 아닌 시가배당률을 주총안건에 기재토록 해 배당압력을 구체화했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거래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인 수급불안에 대한 직접적 조치가 없어 실망스럽지만 정부가 증시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평가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