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정문술사장 코스닥苦言 "껍데기벤처는 가라"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껍데기 벤처기업은 사라져야 한다.’

국내 벤처업계의 1세대 대표주자인 미래산업 정문술(鄭文述·사진)사장이 최근의 코스닥시장 과열분위기와 이에 편승한 신생 벤처기업의 지나친 ‘돈 끌어모으기’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내 관심을 끌고 있다.

상당수 벤처기업인도 이같은 정사장의 지적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어 반(反)벤처정서와 관련된 업계의 자성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정사장은 24일 본보기자와 만나 “기업은 장사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최근 생겨나는 벤처기업은 상당수가 코스닥에서 떼돈을 버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기업가는 어떤 기술로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요즘의 벤처기업들은 사업 시작부터 주식시장을 통해 얼마만큼 ‘튀겨먹을 것인가’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사장은 이같은 투기적 행태가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의 확산 △이를 악용하려는 일부 벤처기업의 한탕주의 △그리고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한 벤처기업 문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사장은 이와 함께 “선배 벤처기업 중에도 창투사에 투자해 돈을 버는데 주력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해 기성 벤처기업인들의 반성도 촉구했다.

그는 또 “거액을 줄 테니 벤처기업에 투자해달라”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최근 자신에게 잇따르고 있다며 “직장인이 화장실에서 이동전화로 주식을 사고팔고 면 단위까지 증권회사 지점이 설치되는 것을 보면 나라 전체가 투전판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개탄했다.

한 중견 벤처기업 대표는 이와 관련, “정사장의 의견은 최근 벤처업계가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신생 벤처기업들이 고난을 극복하기보다는 일거에 떼돈을 벌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갖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월부터 문을 열 기술거래소는 벤처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최근의 투기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내재 및 미래가치를 엄밀히 평가하는 잣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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