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채 7억여달러 편법발행 대기업등 49억 과징금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6개 재벌 계열사들이 지난해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7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외화표시 채권을 국내 투자가들에게 편법 발행했다가 무더기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이들이 발행한 해외채권을 국내에 판매한 5개 주간 금융사도 같은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25일 “현대건설 현대전자 삼성물산 ㈜대우 제일제당 한진해운 등 6개 대기업이 지난해 1∼11월 역외펀드나 외국금융기관을 이용, 총 11억1000만달러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한 뒤 이중 7억4000만달러(8600억원)어치를 국내에서 판매해 증권거래법상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기업별 편법 국내판매 규모는 △현대건설이 2억8000만달러로 가장 많고 △대우 1억5000만달러 △삼성물산 한진해운 각각 1억달러 △현대전자 8000만달러 △제일제당 3000만달러 등이다.

이들 기업은 처음부터 국내 투자기관과 매매계약을 맺고 해외에서 CB와 BW를 발행하거나, 해외 발행물량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자 내국인의 해외유가증권 투자 자유화를 악용해 국내에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6개 기업과 5개 주간 금융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현대전자 한진해운 등 4개사가 각 5억원 △제일제당 4억4450만원이며 주간사인 △현대 LG 삼성증권과 중앙종금 각 5억원 △한화증권 4억4450만원 등이다. 워크아웃 중인 ㈜대우는 부담능력이 없어 과징금을 전액 감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강도높은 처벌을 검토했으나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라 부채비율 감축이 목적이었던 점을 감안해 4억4000만∼5억원씩의 과징금만 부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다음달 중순 주요 기업집단의 부채비율 최종치를 집계할 때 이번 편법 발행분은 제외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향후 국내기업이 같은 잘못을 저지를 경우 유가증권 발행을 제한하고 관련 임원에 대해 해임을 권고하기로 했다. 또 해외발행 유가증권의 국내 판매 주간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유가증권 인수업무를 제한하고 관련 임직원을 문책할 방침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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