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지난 한해동안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200%의 부채비율을 맞추는데 성공했다.이에따른 신규 주식물량의 폭발적 증가로 증시 수급은 엄청나게 꼬이기 시작했으며 이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주가하락이후 대기업의 태도.
증권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은 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일반투자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이라며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주주들을 위한 주식 가치 부양을 외면했다 고 비판했다.
▽덩치만 커진 대기업들=300여개사의 상장사들은 지난 한해동안 유상증자를 통해 무려 47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증시 사상 최대규모다.
현대그룹이 증시활황을 틈타 9조7492억원을 조달하는 등 삼성 LG SK 한진 등 5개 주요 그룹의 증자규모만 총 20조224억원,42.6%에 달했다.
기업별로는 현대전자가 작년 한해동안 3조6954억원을 조달,증시호황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았으며 이어 △SK텔레콤 1조5944억원 △삼성전자 1조5679억원 △현대자동차 1조4828억원 △삼성증권 1조1128억원 등의 순이었다.
▽주가하락은 자업자득=유상증자 성공으로 재무구조는 개선됐지만 이로 인해 상장주식수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작년 1월 7227만여주이던 현대전자 상장주식수는 유상증자 이후 4억9395만여주로 무려 583%나 급증했다. 유통주식수가 급증하면 해당 종목은 곧바로 물량압박을 받게 된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단기 차익매물이 흘러나와 오름세를 가로막고,떨어질 때는 하락속도를 가속화시킨다. 덩치가 커지면서 주가상승의 탄력을 잃게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전자 주가는 올들어 지난 25일까지 무려 31%나 떨어졌다. 또 현대자동차(주가하락률 37.7%) 현대건설(34.8%) 현대강관(31.5%) 현대증권(22.4%) 등 작년에 증자규모가 컸던 현대계열사 주가가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한 증권전문가는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물량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주가치를 높여야=증자규모가 컸던 대기업들은 증자 이후 주식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소홀히해 개인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을 초래했다. 이에 반해 코스닥기업들은 올들어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병행하거나 액면분할을 하는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기업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개인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마이애셋 구자균이사는 "지난해 증자를 한 기업중 올들어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기업은 LG전선 등 6개사에 불과하다"며 "주주가치를 강조하는 경영을 하지 않고는 이탈하는 투자자들을 붙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