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기금은 현재 남아있는 10조6000억원의 채권과 현금을 은행 보험사 등 40개 출자금융기관에 출자비율만큼 배분하고 은행들은 채권의 매각을 3개월 동안 자제하기로 했다. 또 만약에 발생할 채권의 손실보전을 위해 3000억원을 은행에 적립하기로 했다.그동안 금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받아온
채권기금이 본격 해체에 들어감에 따라 채권시장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며 은행들도 이에 맞춰 채권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인력 및 조직확대에 나섰다.
▽채권기금의 공과〓지난해 9월 출범한 채권기금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채권 매수세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거의 유일하게 채권을 사들이면서 채권시장 안정과 금리를 잡는데 한 몫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중의 채권딜러들이 기금의 투자행태를 의식하면서 채권을 매매해 금리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채권기금에서 은행 보험사 등의 출자로 지금까지 조성한 기금은 모두 27조2000억원. 이중 16조9000억원은 이미 은행 등 출자기관이 찾아간 상태이고 남아있는 잔액은 현금 1조9000억원과 채권 8조7000억원이다.
이날 이사회에 보고된 채권기금의 가결산자료에 따르면 27조2000억원을 운용해 올린 수익은 6068억원(세전수익률 7.85%). 은행 등이 금리 4∼5%대의 콜자금을 조달해 출자한 점을 감안하면 은행이 밑진 장사를 한 것은 아닌 셈이다.
채권기금 관계자는 “이달 25일까지 해체작업을 마무리짓기로 했다”며 “그러나 그 이전에 투신권의 채권담보부증권(CBO) 1조8000억원 어치는 예정대로 매입한다”고 밝혔다.
▽은행 채권업무 강화〓은행들은 일단 채권기금에서 돌려받은 채권을 최소 3개월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할 계획. 그러나 채권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열렸다는 것은 공통된 평가다. 특히 채권시장의 주도권이 증권 투신에서 자금력이 풍부한 은행권으로 넘어가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은행권의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나은행 한상희은행자금팀장은 “우량은행의 경우 자금유입이 한달에 1조∼2조원씩 들어오는데 대출만으로는 자산운용을 할 수 없어 채권투자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며 “지난해 9월말 전체 운용자산의 39%였던 채권투자 비중이 이달 들어 43%로 늘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채권매매를 위한 딜러를 기존의 1명에서 4명으로 늘리면서 지난해말 14조원 안팎이던 채권 보유규모를 최근 16조9000억원까지 늘렸다. 주택은행도 외부에서 별도의 채권딜러를 대거 영입한 상태이며 한빛은행도 채권딜러조직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