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식을 중심으로 855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96년 4월1일 외국인 투자한도가 15%에서 18%로 확대되면서 기록한 종전 사상최고치(6554억원)를 경신한 것.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2,3일 이틀 동안 무려 1조481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순매수는 479억원.
이같은 외국인들의 순매수 공세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프로그램 매물이 1200억원 이상 쏟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전날 종가보다 0.17포인트 상승한 894.83을 기록,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반도체 주식에 집중〓외국인들은 전날에 이어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156만주, 현대전자 주식을 1066만주 순매수했다. 두 종목에 대한 순매수 대금은 7239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순매수대금의 84.6%에 달했다.
외국인들은 이밖에 LG정보통신 주성엔지니어링(코스닥) 등 반도체 장비업체와 SK텔레콤 등 정보통신업체의 주식도 대규모로 순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올들어 이날까지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총 3조7856억원으로 작년 한해 동안의 1조5162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불과 63일만에 4조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부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거래소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식 거래에서 외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거래비중은 작년 연간 5.2%에서 올들어 이달 2일까지 8.1%로 큰폭 상승했다. 외국인 주식매입자금은 주로 미국계로 외국인 순매수 자금의 77% 가량을 차지했으며 최근엔 투기성자금보다 중장기 투자자금인 연기금을 통해 많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거래소측은 분석했다.
▽외국인 매매패턴〓증권가에선 “반도체주식이 저평가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반도체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의 순매수 공세가 펼쳐지자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또 다른 호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
미래에셋 이병익 자산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이 포철 한전 등 전통적 블루칩에 손대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아직은 ‘한국시장’을 사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외국계 자금유입으로 국내 증시의 유동성이 풍부해진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