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투기성 단기자금(핫머니) 유입이 크게 늘면서 원화가치가 빠른 속도로 상승(원-달러환율 하락),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어 3월중 무역수지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 원자재값도 수직상승 ▼
정부는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자 8일 엄낙용(嚴洛鎔)재정경제부차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오를 경우 물가불안 가능성을 무릅쓰더라도 원칙적으로 국제유가 인상분을 국내 물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4월의 경우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국내 석유류 가격은 이달중 국제유가 추이와 27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결정할 것”이라며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유류세율 인하없이 당장 4월부터 국내유가를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국내유가를 가급적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
국내유가가 오르면 작년 이후 안정세를 유지했던 소비자물가가 4월 총선과 맞물려 들먹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엄차관은 “정부는 유가 상황별로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유가가 소폭 오르더라도 물가나 경제성장률 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제원자재 가격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2월중 나프타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4.6% 오른 것을 비롯, △고철 31.2% △전기동 27.2% △알루미늄 40.3% △천연고무 33.3% △펄프 50.0% 등이 크게 올랐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우리기업의 수출품 제조원가가 올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지난달 중순경 달러당 1140원선을 유지해온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가파르게 하락해 8일 달러당 1110원선으로 내려앉았다.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의 추가발행 등을 통해 달러흡수에 나섰지만 달러공급 물량이 워낙 넘쳐 환율하락(원화가치 강세)현상을 되돌리지 못했다.
▼ 무역수지 다시 赤字로 ▼
최근의 원화강세는 단기차익을 노리고 국내에 들어온 투기성 단기자금의 유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 올들어 6일까지 외국인 주식순매수액은 5조원에 달해 작년 한해 동안의 2조5000억원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밀어내기 수출에 힘입어 가까스로 흑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는 이달 들어 6일 현재 7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주변 여건은 고유가와 원화강세 및 엔화약세, 국제수지 악화 등 외부 악재가 한꺼번에 겹쳐 경제지표가 교란되는 양상”이라며 “대외변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치밀한 점검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