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도 사장도 '디지털 무장' 붐… '벤처정신' 솔선수범

  • 입력 2000년 3월 9일 19시 47분


“최고경영자(CEO)가 변해야 산다. 최고경영자의 몸값이 기업가치를 결정한다.”

디지털마인드로 무장한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약진을 거듭하자 대기업 최고경영자들도 디지털 경영인으로의 변신에 몸무림치고 있다.

배종열 제일기획 사장은 최근 매일 아침 모든 임직원에게 사내 전자메일을 통해 ‘오늘을 위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메시지 내용은 당부사항, 외국광고인의 사례, 경영지침 등. 사원들도 자신들의 견해를 E메일로 보내며 배사장은 이 답장들을 모두 체크하고 있다.

배사장은 “모든 임직원의 사고를 디지털화하고 사내의 모든 인프라를 디지털 환경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재관 현대종합상사 사장은 모든 업무 보고서를 E메일로 받고 있다. 종합상사가 살아남으려면 스피드와 창의성밖에 없다는 게 정사장의 주장.

김석원 쌍용그룹회장은 최근 사장단회의에서 “쌍용정보통신에 인터넷 비즈니스팀을 신설해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생활 상품 생산 및 거래에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김회장은 정보통신팀원을 집으로 불러 개인학습을 통해 인터넷 자료검색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김회장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로 업무지시를 내릴 때도 많다.

현명관 삼성물산 부회장은 매일아침 실리콘밸리 뉴스를 직접 체크하고 있다. 현부회장은 지난 1월 처음으로 단독 기업설명회를 개최한 뒤 올해안에 10여회의 국내외 기업설명회를 실시하기로 했다. 격월로 업계전문가 교수 사외이사 등의 초청강연 및 토론회에 참석하고 분기별 1회씩 직원과의 토론회도 갖는다.

정몽구 현대 회장도 사내정보시스템 활용법부터 시작해 인터넷 기법을 익힌뒤 웬만한 보고서를 구역내 통신망(LAN)을 통해서 검색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인터넷 및 디지털 경영을 다룬 서적을 탐독하면서 계열사 사장에게 일독을 권하고 있다. 요즘 구회장의 화두는 인터넷을 활용한 경영, 즉 E비지니스다.

유상부 포철 회장은 신문스크랩을 받아 보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찾아본다.

삼성연구소 홍순영 연구위원은 “이같은 최고경영자의 변신은 제대로 된 방향”이라면서 “겉모습만 변하지 않고 경영에 직접 적용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추가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