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실패론 공방]한나라-민주 "네탓" 입씨름

  • 입력 2000년 3월 10일 19시 21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 정권이 경제를 망쳤다”고 ‘경제실패론’을 제기하자 민주당이 10일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초래한 당사자의 적반하장”이라고 적극 반박하면서 양당간에 경제실패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양당의 공방은 97년 IMF사태의 책임론으로부터 출발해 빈부 격차를 비롯한 경제 현안과 전망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IMF 이후 지난 2년간의 경제성과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초래한 외환위기를 김대중(金大中)정부가 극복했다”며 ‘자랑’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그 정도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무리한 구조조정 때문에 부산 기업은 다 망했다” “외국자본에 의존한 외형상의 경기 회복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경제회복은 국민의 희생의 결과지 이 정부의 업적이 아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과거들추기’로 반박한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우리가 1년반만에 IMF를 극복하겠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은 최소한 5, 6년은 걸린다며 냉소했었다”며 “이제 와서 마치 자신들도 1년반만이면 IMF를 손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는 듯이 가정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주장했다.

경제이슈로는 ‘빈부격차’가 가장 큰 논란거리. 이총재는 연일 “79년 이후 빈부격차가 가장 커졌고 20%의 부자가 전체 국민소득의 40%를 가져가고 있다”며 “못사는 사람을 더 못살게 한 것이 이 정권”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 점은 민주당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대목. 김원길(金元吉)선거대책위정책위원장은 10일 “한나라당의 유산인 IMF사태를 극복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 소득불균형에 일부 문제가 생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올해부터는 저소득층에 대한 최저생계비 지원 등 서민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올해 세계잉여금 1조7000억원을 서민지원에 쓰자는 데 반대한 당이 어느 당이냐”고 되받고 있다.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이날 정책위 자료를 통해 ‘은행 위기 가능성’ ‘소외 계층의 불만 확대로 노사 불안’ ‘수출 타격’ 등으로 경기 회복의 지속력이 크게 떨어지는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한 것도 쟁점으로 등장했다.

이에 대해 김원길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자료가 최악의 경우만 나열한데다 이미 정부가 중점을 둬 추진키로 한 부분만을 골라 악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면서 “악선전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아라”고 반박했다.

<윤승모·윤영찬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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