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세 원인과 향후전망]거래소 우량株 언제 볕드나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거래소의 대형 우량종목에도 볕들 날이 있을까.’

상장사의 작년 실적만을 놓고 볼 때 거래소 우량종목의 최근 주가침체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정기주총 시즌을 맞아 상장사들의 영업실적이 속속 가시화하고 있는데도 이들의 주가는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주주경시 경영에 대한 비판이 고조된 이후 상장사들은 자사주 취득 및 자사주 소각 등 강도 높은 주가관리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진 ‘약발’이 먹혀들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만성적 수급불균형이 문제▼

▽재료보다 수급이 우선〓대형 우량주가 바닥을 헤매는 일차적인 이유는 현 장세의 수급불균형에 찾을 수 있다. 기관과 외국인들이 거래소 대형주들을 집중적으로 내다팔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꾸준한 순매수를 보이면서 그나마 하락폭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주식매수대금인 고객예탁금이 12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이중 상당금액은 내달중에 있을 코스닥 공모주청약 자격조건을 따기 위한 예치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3일 주식시장에선 선물저평가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대형주들이 약세를 면치못했다. 프로그램 매물의 대부분이 시가총액 상위종목군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장세버팀목 역할을 해야할 투신사들은 연일 쏟아지는 환매요청으로 주식을 사기는 커녕 보유주식을 되팔아 환매자금을 마련해야할 처지다. 투신사들은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2조1657억원을 순매도했으며 매도공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이사는 “실적호전 자사주 취득 등 아무리 좋은 재료를 내놓더라도 만성적인 수급불균형 상태에서는 몸집이 큰 대형주 시세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상장사들이 최근 인터넷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이른바 ‘첨단산업’투자를 앞다퉈 발표하고 있지만 ‘굴뚝산업’의 인상을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처절한 '주가띄우기' 긍정적▼

▽그래도 볕들 날 있을까〓‘당장은 대형주가 바닥을 탈출할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몇가지 긍적적인 요인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고 증권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상장사들의 ‘처절하기 까지’한 주가부양 의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들어 주가관리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매입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들은 총 85개사,매입규모는 1조6422억원에 달한다. 증권사들은 국내 상장기업으로는 처음 올 결산때부터 시가배당을 하기로 했다.

더욱이 올 상반기까지는 새로 상장되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수급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주가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우’격인 코스닥시장의 수급불안도 거래소 시장엔 반사적인 매수세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시장은 다음달까지 약 7조원의 물량공급이 예정돼있다. 신규자금 유입이 굼뜬 상황에선 물량공급 자체가 최대 악재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

▼길게보면 큰 시세차익 가능▼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증권전문가들은 “수급불균형으로 당분간 중소형주 중심의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지고 기관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주들은 물량압박을 받으면서 시세탄력이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당장의 시세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실적대비 저평가된 대형우량주를 지금부터라도 저가매수할 만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단기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라면 물론 개별 중소형주 투자가 제격이다.

대유증권 김이사는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증시격언대로 저평가 우량주를 1년 이상 장기로 묻어두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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