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서 조깅하는 느낌"…나래기술 '사이버 런너' 美진출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무슨 건강기구냐구요?”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인 나래기술은 ‘본업’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제품을 내놓아 요즘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달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렸던 ‘슈퍼쇼 2000 스포츠용품 박람회’에 선보인 ‘사이버 런너’는 첨단 동영상 제어기술을 갖춘 미래형 런닝 머신. 날렵한 수상 제트스키를 연상시키는 사이버 런너는 오르막 내리막 평지 등 다양한 길위에서 달리는 것 같은 ‘입체실감’을 제공한다.

화면 속 동영상의 움직임에 따라 주행판의 각도가 조절되고 스피드도 자동으로 바뀐다. 화면속 배경을 따라 뛰다 보면 실제 야외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각종 통신기기와 랜으로 연결돼 달리면서 인터넷을 즐길 수도 있다.

살빼기 시장이 연간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에서 열렸던 행사니만큼 이 제품은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대리점 계약을 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건강 관련 잡지들도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7월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가는 사이버 런너의 대당 가격은 1만달러 가량. 베르사체나 구찌처럼 건강기구에서 최고급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서정길대표는 “이런 고급 런닝머신 시장 규모가 미국에서만 연간 1만2000대 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중 20% 점유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래기술의 진짜 목표는 딴 데 있다. ‘부업’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본업인 반도체 장비에 집중 투자한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반도체에서 모두 이력을 쌓은 서대표는 “사이버 런너 매출로 돈이 모이면 이를 발판으로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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