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6월 부동산 시장 전면 개방 이후 지난해까지는 미국이나 영국계의 금융투자회사 중심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 투자가 이뤄졌으나 최근 들어선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국가의 투자회사나 부동산개발업체 등이 가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는 대부분 부실채권 매입이나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른 자산 인수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 들어선 투자를 목적으로 한 직접 부동산 구입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사무실임대료 등이 급등하는 등 국내부동산수익률이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외국기업들의 국내 부동산 시장 관심이 커진 데다 국내기업들이 외자 유치를 통한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잇따라 추진 중이어서 외국 기업의 국내 부동산시장 진출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기업 다양해진다〓건설교통부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개방 후 지난해 말까지 외국인에 매각된 부동산은 모두 5조6752억원어치. 이중 미국계(30.3%)와 영국 등 유럽계(37.7%) 투자자가 매입한 물량은 전체의 68%나 됐고 일본계(14.0%)와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계(17.8%)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국가 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이달 말로 예정된 1400억원대의 옛 한일은행 본점개조(고급아파트)사업 공개경쟁입찰에 응찰한 5개 기업 중 싱가포르 기업이 3개나 됐다. 이 개보수사업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의 박준봉 상무는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기업들이 올해 ‘한국 서울’을 투자의 최적격지라고 평가하고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기업도 골드만삭스 로운스타 등 금융투자 전문 기업 위주에서 최근에는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토털 컴퍼니, 부룩힐리파커 등 부동산 개발업체들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컬리어스 자딘, 부룩힐리파커, 리처드앨리스 등은 이달과 다음달 중 국내에서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선언할 예정이다.
▽투자유형도 바뀐다〓시장 개방후 외국기업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판매한 부동산담보채권이나 기업 M&A 과정에서 넘겨받는 자산이 대부분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물건 직접 매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에는 네덜란드기업 로담코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중공업빌딩을 1250억원에 매입한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 투자청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시그마타워 일부를 330억원에, 싱가포르 호텔투자전문업체인 홍령그룹이 힐튼호텔을 2700여억원에 각각 매입했다.
또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용 부실채권이나 담보부동산채권 매입에 주력했던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등 금융투자기업 등이 최근에는 국내 부동산을 직접 매입키로 방침을 정하고 시장조사를 대행할 업체들을 접촉 중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