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이상증시]적자펀드 주가총액 자산의 4배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갖가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뮤추얼펀드의 주가가 순자산가액의 4배 이상으로 치솟는가 하면, 정부기관이 100%의 지분을 보유해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시중은행 우선주가 한달만에 두 배로 오르기도 했다.

관리종목과 우선주가 대거 상한가대열에 진입했으며 상한가→하한가→상한가 식의 종잡을 수 없는 주가변동을 보이는 종목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관심을 끄는 일부 중소형종목에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이런 현상이 빚어진다”며 “냉정을 되찾아 목표수익률을 낮추거나 자신이 없으면 잠시 쉬어가면서 시장흐름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금 까먹는 뮤추얼펀드의 주가가 원금의 4배〓‘유리아이피일’이라는 뮤추얼펀드는 작년말 코스닥에 등록했다. 7000원대에서 거래가 멈췄던 이 펀드는 3월2일 상한가행진에 돌입, 15일 2만3200원을 기록했다. 13일 발표된 이 펀드의 순자산가액은 액면가 5000원에 못 미치는 4399원. 펀드는 원금을 까먹고 있는데 주가는 원금의 네 배라는 얘기. 보통 폐쇄형펀드의 주가는 10∼20% 할인돼 거래됨을 감안할 때 상상할 수 없는 주가 고평가다.

13일 이후 이 주식을 사들인 사람은 만기까지 주식을 보유할 경우 펀드수익률이 300% 이상 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펀드설정 때 가입해 최근 용케 주식을 판 사람은 불과 4달만에 350%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

▽우선주 이상강세〓코스닥에 등록된 평화은행 우선주의 15일 현재 주가는 85만4000원, 시가총액은 35조원 남짓. 반면 보통주는 1520원으로 시가총액이 1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우선주는 모두 예금보험공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출자한 것으로 전혀 거래가 안 된다. 그럼에도 일반투자자들이 매수호가를 연이어 높여 아무 가격을 엄청나게 불려놓은 것.

14,15일 거래소에서는 50개가량의 우선주 종목이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 이름 다음에 ‘2우B’가 붙는 신형우선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신형우선주는 배당률이 높고 등 일정기간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우선주 급등세는 이런 이점만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 작년 7, 8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대구백화점 우선주처럼 투기세력이 이들 우선주 유통물량이 수천∼수만주(대구백화점우선주는 4300주)에 불과한 점을 악용, 의도적인 시세개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

▽상한가 아니면 하한가〓2월22일∼3월6일 9일연속 상한가, 3월 7일 하한가, 3월 8일 보합, 3월 9일 상한가, 3월 10일 보합, 3월 13일 하한가, 3월 14일 보합,3월 15일 상한가. 개별종목장세를 주도해온 제일엔지니어링의 가격 변화는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그만큼 불안하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3월들어 누적상한가 10일 이상인 종목중에는 이런 갈짓자 패턴을 보이는 종목이 절반가량. 동원증권 신진호대리는 “상한가에 진입하기까지의 기간이 짧고 하한가로 급락해도 곧 수급이 살아 나는 것은 최근 매매형태의 특징”이라며 “재료나 기업내용보다 수급에 의해 주가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