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해진 증시, 외국인 先物로 장난치나?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주가지수 선물을 싼 값에 팔고 비싼 값에 매입하는 상식과 반대되는 외국인투자자의 매매패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대형주를 값싸게 매집해 놓고 지수선물의 반등을 유도, 차익을 챙기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

▽정황 증거〓15일 지수선물 6월물시장은 전장에는 하락세를 보였으나 후장이 시작된지 한 시간만인 오후 2시경부터 반등세를 보였다. 후장의 매수세력은 외국계로 추정됐고 증시에서는 말레이시아계 펀드라는 이야기가 유포됐다.

특히 외국인은 지수선물 102포인트에서 3918계약을 신규매도한 반면 103포인트대에서는 4598계약을 새로 매수했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판다는 주식시장의 통념과는 어긋나는 매매행태. 이에 따라 100포인트대까지 추락하며 하락추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6월물은 106포인트까지 오른채 끝났다.

▽최근 사례〓2월16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장중에는 전날보다 6포인트 가까이 하락했으나 장마감 30분전 5000계약이 넘는 매수세가 들어와 3포인트 이상 오르며 마감한 것.

선물시장이 갑자기 폭등하면서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 주문이 들어왔고 외국인의 동향을 주시하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가담해 폭락세를 보이던 현물시장이 보합권에서 끝났다.

당시 매수 주역은 ‘홍콩 물고기’로 불리는 홍콩계 자금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곧이어 말레이시아계 자금이라는 설이 제기됐고 계좌만 말레이시아에 텄을 뿐 국내 투자자금이라는 소문도 나왔다.

▽투기거래 의혹〓일부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대형주를 싸게 매집해놓고 지수선물을 반등시켜 차익을 얻으려 했다고 분석한다.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여력이 바닥났고 개인투자자들은 중소형주에만 집중하는 상황을 활용했다는 것.

지수선물 6월물 거래가 시작된 10일 이후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6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기관은 762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싼 값에 대형주를 사놓았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수선물이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심리가 퍼질 때 신규매수를 내 큰 폭의 반등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자기판단이다〓한편에서는 외국인이 나름의 시장전망에 따라 투자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3월물을 6월물로 만기연장한 상태에서 단기반등을 예상하고 매수에 나선 것 같다”며 “외국인의 선물거래를 투기와 연관시키려면 현물 매수규모가 수천억원대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시장감시부 관계자도 “동일한 외국인 계좌에서 현물과 선물거래를 동시에 한 불공정거래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증시 체력이 허약하다 해도 하나의 주체가 시장을 좌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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