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모델을 연구중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이광형교수는 변사장에 대해 “제2의 정문술(미래산업 사장)로 불릴 만큼 훌륭한 기업가다. 윤호테크는 한국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극찬한다.
윤호테크는 정전기 방지제품 30여가지를 생산, 판매하는 중소기업. 정전기 방지 장화에서부터 바닥재에 이르기까지 작년 3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업가치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코스닥 등록 인터넷 벤처기업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
그러나 이 기업의 진가는 제품의 우수성에서 나타난다. 반도체칩 수십개를 담아 옮기는 정전기 방지 트레이(운반용기) 한 개의 값이 1∼2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흘린 땀’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휼렛팩커드(HP)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LSI로직 모토롤라 GE 등 세계 유명 반도체회사들이 모두 윤호테크의 정전기 방지시설을 사용합니다. 반도체를 운송할 때 사용하는 트레이(tray)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입니다. 정전기 방지장치는 최첨단의 디지털장비를 보호하는 첨단기술입니다.”
변사장은 기술수준을 묻는 질문에 한마디로 ‘세계 최고’임을 자신한다. 다국적기업인 3M이나 일본의 미도리 등과의 경쟁에서도 앞섰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원료에서부터 30여가지의 상품을 종합생산하는 체제를 갖추었기 때문.
사업을 시작한 85년부터 90년까지 변사장은 ‘문전박대’당하는 외판사원에 불과했다. 국내기업들이 ‘정전기’의 의미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
“한국화약에서 자주 발생한 폭발사고는 대부분 정전기가 원인이었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변사장은 심한 자금압박과 좌절을 겪어야 했다.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90년. 미국에서 공부한 고급두뇌들이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정전기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남반도체가 ‘정전기 방지시설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IBM의 기술심사에 실격당할 위기를 맞았던 것도 윤호테크에는 기회였다. 윤호테크는 몇 달이나 걸릴 아남의 정전기 방지시설 공사를 보름만에 끝내면서 유명해졌다.
해외시장 개척도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성공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웨스트’에 7년전 처음 참가한 변사장은 ‘회사에 한번 들르라’는 내셔널세미컨덕터 직원의 말만 믿고 무조건 택시를 탔다. 요금은 무려 50여만원. 비행기를 타야할 거리를 택시를 타고 찾아간 것. 세 차례의 실격 끝에 일본보다 싼값에 공급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계기로 세계적 반도체 회사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윤호테크는 외국과의 기술제휴나 기술도입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진기록을 갖고 있다. 원료에서부터 바닥재 장화 등 모든 제품이 자체개발의 산물.
변사장은 “윤호테크의 브랜드인 ‘코스탯’(kOSTAT)을 반도체 공장뿐 아니라 각국의 호텔과 자동차의 손잡이 그리고 가정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 우물’을 계속 파겠다고 다짐했다.
<최수묵기자> 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