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先物 부산이관 공식화]여의도-부산, 정면충돌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총선선물(膳物)인가 아니면 지역균형 발전의 고육책인가.’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가지수선물(KOSPI 200)을 부산 선물거래소로 이전할 것이란 방침을 공식화하자 주가지수선물 업무를 맡고 있는 증권거래소는 전 직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일전불사 태세를 보였다.

22일 박창배(朴昌培) 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선물지수이관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수선물 부산이관이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다며 정부방침을 정면 비난했다. 반면 선물거래소는 부산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인 지수선물 이관문제를 총선 전에 확정짓지 못하면 선물거래소 존립이 불가능하다며 정부방침을 환영하고 나섰다.

▽미묘한 시기에 나온 이장관 발언〓21일 이장관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선물시장 육성에 대한 정부방침을 재확인하고 주가지수선물을 포함한 다른 선물상품도 가까운 시일 안에 부산선물거래소에 상장한다는 정부방침을 밝혔다. 선물거래소 출범 때부터 정치적 논리였다는 의혹을 받은 선물거래문제가 이번 선거에서도 핵심이슈로 떠오른 것.

▽증권거래소는 ‘시장에 맡기자’〓증권거래소측은 해묵은 논쟁을 이 시점에서 부각시킨 저의를 의심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부산지역 민심을 들뜨게 해 마치 ‘표값’으로 지수선물을 준다는 인상을 준 것은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 증권거래소 직원들은 만약 부산이관이 결정되면 그날부터 현물시장 거래까지 중단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박이사장은 “현물과 선물이 따로 놀 경우 현 선물을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잡기가 쉽지 않고 시세차익만 노리는 차익거래가 성행해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또 이미 증권거래소가 많은 비용을 들여 정착한 거래시스템을 다시 만들면 중복투자로 국가적인 낭비라는 것.

▽느긋한 부산선물거래소〓부산선물거래소는 당초 선물거래법 취지대로 현물과 선물을 명백히 분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감정싸움으로 비쳐질까 신중한 자세다. 특히 코스닥지수를 이용한 선물거래도 현 선물 분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선물거래소가 맡을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이번에 이관문제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와 선물업계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선물업계는 정부입장을 환영하지만 증권사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 시장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양 기관간 밥그릇싸움에서 접근하거나 선거를 의식한 지역민심 수습용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안정성과 투자자 이용편리성, 거래활성화, 현물과 선물간 차익거래 문제 등 시장참여자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