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어디까지]원강세 당분간 지속

  • 입력 2000년 3월 23일 00시 09분


22일 원-달러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데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소폭의 등락은 있겠지만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추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들의 주식자금 순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환율 하락을 일정 정도 용인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 특히 22일은 정부의 강력한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폭이 오후 들어 더욱 커졌다.

현재 환율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외국인 주식자금. 1월 15억8000만달러, 2월 20억7000만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 이어 이달 들어 22일까지 25억달러의 외국인자금이 주식시장에 순유입됐다. 외환시장에는 매일 1억달러 내외의 달러자금이 소화되지 못하고 다음날로 넘어가면서 대기자금으로 남아 있는 상태.

외국인들은 원화절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주식매매차익과 환차익의 이중포석을 갖고 당분간 지속적인 매수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무역수지도 흑자폭이 줄기는 했지만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경기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자금 유입도 계속될 전망. 22일 환율을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수출업체의 수출자금은 이달말까지 10억달러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원-달러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엔-달러환율도 106∼107엔을 당분간 유지할 전망.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權純宇)수석연구원은 “하반기에는 1100선이 깨질 것”이라며 “정부가 환율을 최우선정책으로 취하지 않고 물가안정 때문에 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원화절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환딜러들에 따르면 정부는 대우 해외채권단에 지불할 14억달러와 대우 수출환어음 7억달러 매입을 통해 달러수요를 창출할 움직임이지만 이에 맞서 SK텔레콤이 일본 NTT에 지분양도하고 받은 10억달러 등 모두 15억달러가 시장에 나올 움직임이어서 정부 개입효과가 상쇄될 전망. 외국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정부가 22일에도 4억달러 가량을 사들이면서 개입한 흔적이 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환율이 반등할 때마다 매도하는 세력이 훨씬 우세해 환율하락 추세는 거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원화 대 엔화 비율은 100엔당 1050원 정도로 아직 수출업계가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1 대 10은 깨지지 않은 상태.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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