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을 소재로 다룬 책들이 봇물처럼 출간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의 책들은 인터넷 자체에 대한 설명이나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 온라인(on-line) 기업의 성공담을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반면에 이 책은 오프라인(off-line) 기업의 입장에서 인터넷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저자들은 역사와 전통의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가 CD롬과 인터넷에 의해 몰락한 사례를 들면서 어떤 기업도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 혁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경고한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정보의 윤택성(richness)과 도달성(reach)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개념을 이용해 인터넷의 파급효과에 대한 많은 시사점들을 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의 윤택성이란 교환되는 정보의 질을 대변하는 개념으로 얼마나 많은 양질의 신뢰성 있는 정보가 고객들에게 즉시 전달되는가를 설명한다. 반면에 정보의 도달성은 정보를 교환하는 사람의 숫자, 다시 말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정보의 윤택성과 도달성은 서로 상반(trade-off)되는 개념이었다. 예컨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델 컴퓨터는 전화나 팩스로 많은 고객들에게 주문을 받을 수 있었지만 비용과 기술적 문제 때문에 그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정보의 윤택성과 도달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델 컴퓨터는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많은 고객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것이 오늘날 델 컴퓨터가 컴퓨터 소매시장을 석권한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수석 부사장들이 저술한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터넷 혁명이 산업 구조는 물론 기업의 조직 구조까지 해체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저자들은 인터넷을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신뢰성 있는 기업간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아웃소싱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원재료에서 부품, 제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으로 통합되었던 기존 산업들은 핵심역량을 보유한 몇 개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해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협력을 중시했던 일본식 조직이나 경쟁을 강조했던 미국식 조직을 탈피해 앞으로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실리콘밸리형 조직이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사업을 구조조정하기 보다는 벤처 기업 투자에만 관심이 높은 경영자들은 새겨 들어야 할 지적이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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