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 환매 매물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으나 은행권으로 피난했던 신탁자금중 일부가 환류하고 있는 점도 청신호.
대다수 증권전문가들은 “어지간한 환매물량은 이미 많이 소화돼 3월말을 고비로 수급여건은 눈에 띄게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수급여건이 개선되더라도 금리인상, 내년 경기 위축 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한 조정국면이 길어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종목 늘린다〓28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들어 거래소시장에서 △1월 1조1886억원 △2월 1조1154억원 △3월1∼27일 3조3169억원 등 모두 5조62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작년 한해 동안의 순매수 1조5162억원의 3.7배에 달하는 규모.
특히 순매수패턴이 반도체주 일변도에서 낙폭과대 우량주로 확산되는 추세다. 외국인의 전체 순매수 규모에서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현대전자 등 반도체 세종목의 비중은 작년 11월 39%, 12월 82%에서 올해 1월에는 120%로 급증했다. 이 비중이 2월 80%, 3월들어 27일까지는 77%로 떨어졌다. 반도체주 이외에 SK, LG정보통신, 데이콤, SK텔레콤,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 낙폭이 컸던 우량 가치주 및 정보통신주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것.
외국인은 코스닥에서도 조정국면을 한통프리텔 로커스 하나로통신 다음 등 시장대표주들에 대한 염가매입 기회로 활용, 올들어 3월 27일까지 모두 1조5110억원을 순매수했다.
▽최대의 기관지지세력, 은행권〓2월들어 은행권의 움직임이 기민해졌다. 투신권에서 몰려온 부동자금을 바탕으로 대출세일에 나서는가 하면 주식시장에 대한 적극 공략에도 나선 것. 특히 2월28일∼3월27일 한달간 660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최대의 기관매수세력으로 부상했다.
올들어 은행들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투신권에서 빠져나온 신탁자금이 간접투자에서 직접투자로 투자형태만 바뀐 채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양상이다.
▽투신권이 문제다〓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투자분석팀장은 “작년 6∼8월에 주식형수익증권을 통해 순유입됐던 20조원중 상당부분은 6개월 기한이 지난 1, 2월에 환매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주식형수익증권 잔고는 작년 11월부터 줄어들어 3월중순 11조원 가량 환매돼 작년 여름에 유입됐던 규모의 절반가량은 이미 빠져나갔다는 계산.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주식형수익증권의 기대수익률이 금리보다 낮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투자자금의 증시이탈현상이 당분간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이제는 어느정도 저금리를 참을 수 있게 된데다가 투신권에 대한 신뢰는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증시를 등지게 된다는 것.
이 연구위원은 “현 장세는 수급여건 뿐만아니라 금리인상 우려, 내년 경기 전망 등 거시경제여건에 대한 판단도 반영하고 있어 수급여건 호조되더라도 지수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