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세무조사 배경]지원금 받곤 폐업… 재테크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일부 벤처기업들이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지원자금을 파행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류를 허위로 꾸며 지원금을 받아내거나 자금을 지원받은 뒤 불과 1년만에 폐업을 하고 해외로 도피하는 등 수법도 여러가지였다.

▽벤처기업의 자금유용〓컴퓨터 판매업체인 A사는 중소기업 구조조정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모대학 총장관인을 위조,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인 것처럼 계약서를 허위로 만들어 정부에 제출해 98년 10월 4억6000만원을 지원받았다. A사 대표는 이듬해인 99년 11월 사업장을 폐쇄하고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달아났다.

97년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B사는 같은 해 5월 정부로부터 구조개선자금 3억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B사는 부실경영으로 98년 9월 사업장을 무단 폐업한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C사는 95년에 구입한 기계를 최근 구입한 것처럼 허위 매입세금계산서를 꾸며 과학기술진흥기금에서 시설자금을 지원받아 운영자금으로 전용했다가 3억원의 부가가치세를 추징당했다.

98년 5월 중소기업 구조개선업체로 선정된 D사는 올 3월 지원받은 운전자금 1억5900만원중 1억2000만원을 고금리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등 재테크에 이용했다. D사는 이 자금을 원재료 구입에 사용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꾸며 세액공제까지 받았다가 2억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 조사 배경〓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창업자금 지원은 물론 창업 후 3년간 세무조사를 면제하고 벤처기업에 출자한 자금은 출처조사까지 면제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특혜분위기를 악용해 코스닥시장 주변에서 일부 벤처기업이 정부의 지원자금을 재테크 등 기술개발 외의 용도에 쓰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도덕한 벤처기업에 철퇴를 가한다는 차원에서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

국세청은 조사대상 18개사 가운데 16개 업체에 대해 조사를 마쳤으며 이중 절반이 넘는 9개사가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의 이번 벤처기업 조사는 음성 탈루소득조사의 일환이지만 코스닥등록 등으로 일거에 큰돈을 움켜진 벤처기업에 대해 국세청이 처음으로 세무조사의 칼날을 빼들었다는 점에서 벤처업계에 경종이 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정부의 벤처기업에 대한 세정지원 방침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정부자금을 본래의 목적에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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