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들은 새로운 결산기에 들어섰는데도 매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마지막 보루인 외국인들 마저 순매수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는 모습이다.
주가하락에 따른 기관투자가들의 불가피한 로스컷(매입가대비 20∼30% 주가하락시 반드시 매도해야 하는 의무)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후유증 당분간 지속 전망▼
▽대규모 증자의 후유증〓증시의 수급은 대개 두가지 경로로 꼬이게 된다. 금리상승으로 시중자금이 증시를 이탈, 주식투자자금 자체가 현격히 줄어들거나 주가 하락으로 매물이 매물을 촉발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현재 국내 증시의 상황은 후자의 경우.
신한증권 박효진연구원은 “88∼89년에 그랬던 것처럼 98∼99년 2년 동안 엄청난 규모의 유무상증자 러시가 현재의 수급불균형을 몰아왔다”며 증자의 후유증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은 지난 1년간 무려 26조원의 유무상증자를 실시, 스스로 물량부담을 제공하면서 주가는 반토막났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 △미국증시의 조정양상 △무역수지 악화 △금리 및 물가불안 △유가인상 △총선 등 외부변수의 불안한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현재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는 것.
▼우리사주 4兆물량 대기▼
▽또다른 수급부담은〓지난해 주가상승의 원동력은 뭐니뭐니해도 주식형수익증권으로 유입된 신규자금. 이 자금의 힘으로 주가를 밀어올렸다. 작년 4∼7월 동안 주식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무려 30조원 가까이 급증했으며 이에 힘입어 종합지수는 380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현재의 간접투자상품 잔고현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3일 현재 주식형수익증권 잔고는 65조원에 달하지만 여기에는 실제 주식매입여력이 없는 후순위채펀드의 증가분이 포함된 것으로 실제 주식형상품 잔고는 순유출 상태로 돌아섰다.
올해부터 우리사주를 1년만 보유하면 장내 매각이 가능한 점도 증시엔 부담이 될 전망. 작년 상반기 증자물량(23조9000원)을 감안할 때 올 상반기중 내다 팔 수 있는 우리사주 물량은 최대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작년 4월 시판한 은행권의 단위형금전신탁과 뮤추얼펀드의 만기임박도 수급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코스닥 공모는 활황계기 될 수도▼
▽코스닥 물량부담은 예상보다 적을 수도〓증권가 일각에선 3월말 이후 4월까지 코스닥시장에 5조∼7조원의 물량이 신규등록, 수급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으나 최근 주가하락으로 물량부담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지난달 마지막주에 새롬기술 등 총 1조5000억원 가량의 물량이 공급된데 이어 이번 달엔 셋째주에 1조9440억원, 네째주에 7778억원 정도(3일 종가기준)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이달부터 코스닥 공모가 잇따를 예정이지만 신규종목이 등록 이후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장상황을 활황분위기로 이끈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악재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수급개선은 언제나〓세가지 변수에 달려있다. 우선 13일 총선 이후 금리상승세가 확연하게 꺾이는 모습이 보이면서 미국증시가 안정세로 돌아서고 총선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의 청사진을 제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총선 이후 금리가 하향안정기조로 돌아서면 관망하던 시중부동자금이 증시로 본격 유입될 것이며 그때서야 수급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