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전문가들은 10일 남북한 정부의 정상회담 개최 동시발표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일단 아주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켜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동 특수를 능가하는 대북 경협 특수’가 증시에 계속 활력을 불어넣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
▼"상승기조에 촉매역"분석▼
▽투자심리 반전 효과〓이날 종합주가지수는 32.79포인트(3.91%), 코스닥종합지수는 17.58포인트(8.53%) 각각 올랐다. 올들어 1월 4일 하루를 제외하고 투신권 매도공세와 증자물량 부담 등 각종 악재에 짓눌려왔던 투자심리가 정상회담 개최 발표로 활짝 기지개를 켠 것.
LG투신운용 양유식 주식운용팀장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는 지수 상승의 계기를 찾지 못했던 증시에 돌파구를 만들었다”며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심리를 호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승기조에 놓인 현재 증시의 주가 상승에 촉매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대우증권 이종우 차장은 “87년 1월∼88년 7월 강세장때 남북관계개선 기대감으로 건설주는 374% 폭등하면서 종합주가지수 173%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저가주로 매수세 퍼져갈듯▼
▽투자주체에 긍정 영향〓건설과 상사 등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개인투자자 선호종목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증권과 은행 등 저가권 종목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연쇄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개미군단이 움직이면 정처없이 증시주변을 떠돌던 개인자금의 증시유입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증시 침체로 작년 11월∼4월 6일 9조3000여억원이 빠져나갔던 주식형 순잔고(하이일드와 후순위채펀드 제외)의 감소추세가 반전될 계기가 생긴 것.
올해 주가지수를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의 추가 유인효과도 기대할 만한 대목으로 꼽힌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팀장은 “남북한간에 해빙분위기가 생기면 한국의 국가위험(country risk)이 줄어 외국인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화될때까지 신중히" 조언▼
▽‘과거 실적’이 없다〓종전처럼 남북한 관련 호재가 ‘정치용’으로 끝나면 증시에는 ‘반짝 효과’로 그칠 뿐이라는게 증권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외국자금이 당장 몰려올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굿모닝증권 송태우 선임연구원은 “남북관계는 정치적 문제가 얽혀있어 투명성이 높아지기 전까지는 투자위험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사업일정과 내용을 파악한 뒤 투자결정을 내리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NG베어링 서울지점 빌 헌세이커이사는 “50년 넘게 맞서오던 남북한 관계가 정상회담으로 한꺼번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투자자들은 정상회담 이후의 지속적인 접촉확대로 불안요인이 줄어들면 투자확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