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종성/제조업 성장없인 벤처도 없다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최근 기업을 ‘벤처기업’ ‘비(非)벤처기업’ 또는 ‘일반 기업’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막연히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을 비롯한 첨단기술 업종을 영위하는 일단의 기업을 ‘벤처기업’이라 부르고 나머지 일반 기업에 대해서는 ‘전통 기업’ ‘굴뚝 산업’ 등 의도적으로 기업 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벤처기업과 일반 기업은 따로 떼놓고 애써 구분할 대상이 아니며 한쪽이 잘되면 다른 쪽에 손해가 가는 적대적 관계는 더욱 아니다. 벤처기업은 지식기술 기반의 사업 구조, 높은 성장성, 빠른 의사 결정, 진취적인 기업 문화, 그에 따른 고위험성 등의 특징을 갖는 사업모델일 뿐이다.

벤처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다분히 일반 기업의 생산 및 사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적 도구적 성격이 강하다. 디지털 인프라, 인터넷 기술 등도 사업 목적 수행을 위한 일종의 수단이나 도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존 기업 또는 일반 기업의 기반이나 지원이 없이 벤처기업 홀로 성장해 갈 수가 없다.

벤처기술이나 첨단정보를 활용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주체는 다름 아닌 기존 일반 기업들이다. 기존 산업이 인터넷을 비롯한 첨단기술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 고객만족 제품 제조, 소비자 직판을 통한 원가 절감이나 매출 증대 등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벤처부문의 사업 기반은 더욱 확고해질 수 있다. 어느 기업이든 고위험, 고수익 추구의 벤처기능을 수행하면 벤처기업이고 그렇지 못하면 일반 기업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벤처기업을 첨단산업으로, 나머지 기업을 정체 산업 또는 사양 산업으로 대립시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산업은 크고 작은 수많은 기업들이 어우러져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살아가는 생태계와 같은 곳이다. 그 곳에는 인터넷이나 정보통신도 있어야 하고 제조업도 있어야 한다. 누군가 건설업이나 도소매업, 서비스업도 영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들이 각자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한 가운데 전체가 조화롭게 성장해야 한다.

이종성<신용보증기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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