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업무보고]재벌총수 '황제 경영' 처벌한다

대기업 구조조정본부가 총수의 이른바 ‘황제경영’ 창구로 이용되면 불법으로 간주돼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또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에 금융기관이 개입하면 계열사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도 함께 처벌된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18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올해 공정위 업무보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공정위는 구조조정본부가 기업구조조정 원활화라는 당초 설치 목적에서 벗어나 총수에 의한 일방적 인사권 행사 등 오너 일가의 선단식 경영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계열사의 인력 파견이나 자금, 자산지원 등을 부당지원행위로 간주해 과징금 부과 등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또 재벌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에 금융기관이 개입했을 때 지금까지는 주로 계열사만 처벌했으나 앞으로는 금융기관도 함께 처벌, ‘금융기관의 사금고화’를 막겠다고 밝혔다.

부당내부거래 근절을 위해 작년 2월에 2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한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계좌추적권 연장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공정위의 ‘구조조정본부 악용시 처벌’ 방침에 대해 “구조조정본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뿐 현행법에 저촉될만한 일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경련과 현대 삼성 등 주요 그룹 관계자들은 “구조조정본부가 총수를 위한 기구 역할을 한 적이 없다”면서 “기업의 황제 경영 운운은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19일 전원회의를 열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등 2건의 기업결합에 대한 허용여부를 결정한다. 전위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허용여부와 관련, “급변하는 통신시장 환경변화를 고려해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독과점 폐해를 우려해 불허할지를 19일 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