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미지 높여야 제품 팔린다

  • 입력 2000년 4월 19일 20시 22분


-프랑스 하면 생각나는 것은.

“에펠탑.”

-중국은….

“만리장성.”

-그럼 한국은….

“…, 글쎄요.”

비슷한 품질과 가격이라면 세계 소비자들은 이 세 나라의 제품 중 어느 것을 고를까. 아름다운 에펠탑의 나라로 프랑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에 당연히 호감을 가질 것이다. 프랑스는 문화국가라는 이미지를 자국 제품 세일즈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하이테크의 프렌치 터치(French Touch)’를 모토로 세계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후진국 중국도 자국의 싸구려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만리장성이라는 ‘후광(後光)효과’로 적잖게 상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매년 세계 각국을 돌며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행사를 열어 국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산업과 문화가 융합된 국가 이미지를 강조한다.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나 국가 상징물이 상품 마케팅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는 아직도 빛보다는 ‘그늘’ 쪽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발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등 밝은 이미지보다는 전쟁 분쟁 등 부정적 인상이 강하다.

산업자원부가 국제경영전략연구원에 용역을 줘 지난해 5∼12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3개국의 18세 이상 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및 한국제품 이미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1차적 이미지로 ‘전쟁’ ‘분단’ ‘분쟁지역’이라고 답한 사람이 24.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긍정적 이미지라 할 수 있는 경제발전은 9.3%, 긍정적 국민성 9.1%, 올림픽과 월드컵 7.7%, 역사 문화 관광지는 5.3%에 불과했다.

주목할 것은 한국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한국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많았다는 점.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올림픽’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84.6%가 한국 상품 구매한 경험이 있는 반면 ‘분단’이라고 한 응답자는 54.4%만 한국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 관한 정보 습득 경로를 직접방문이나 학교교육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일수록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으나 언론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 경우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간접 경험자’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홍보전략이 미흡하다는 얘기다.

산자부 무역정책과 나도성(羅道成)과장은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이나 미래 성장가능성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으나 국가의 대표 이미지가 없어 특징이 없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 소비자들은 한국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품질과 디자인보다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밝혀 아직도 ‘한국산〓저가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떨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동기로 저렴한 가격을 꼽은 사람은 37.6%로 품질(15.7%)과 디자인(4.2%)에 비해 훨씬 많았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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