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황제경영’ 처벌 등 재벌개혁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전경련이 정부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정부와 재계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은 20일 경기 포천 일동 레이크컨트리클럽에서 가진 4월 정례회의에서 재벌지배구조 개선, 경제정책 방향, 남북경협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정부의 재벌정책이 개선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결합재무제표 도입, 부채비율 200% 제한, 금융기관과의 재무구조약정 등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만큼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병두(孫炳斗)전경련 부회장은 ‘전경련 발표문’을 통해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국내 시장을 드나들고 시장경제체제가 정착된 상황아래서 30대 그룹 지정제도는 4∼5대 그룹 지정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부회장은 “30대 그룹 지정 기준도 자산으로 하기보다 순익이나 현금흐름 상황에 맞추는 게 합리적”이라며 “기업에 대한 직접 규제가 아니라 외부감사 제도와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 등의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구조조정본부의 역할과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월권 행위’를 운운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며 “기업 전략과 인력 문제를 관할해야 할 기구는 필요하고 기존의 구조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단은 최근 자동차 업계 등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노사갈등 양상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심화시키고 원활한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다며 정부의 적절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서 회장단은 93년부터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한국측 위원장을 역임해 온 조석래 효성회장이 PBEC 수석국제부회장으로 선임됨에 따라 현재현 동양시멘트회장을 신임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또 올해 6월 개최될 한미 재계회의 한국측 의장에는 조석래회장을 위촉했다.
이날 회장단 회의에는 김각중 전경련회장과 손길승 SK회장, 조석래 효성회장, 강신호 동아제약회장, 박용오 두산회장, 이웅렬 코오롱회장 등 40여명의 재계 총수들이 참여, 모처럼 재계의 단합을 과시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