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차세대 간염 백신 개발을 목적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한 김모사장은 최근 과학기술부 산하 정부투자기관이 공모한 프로젝트에 참가 제안서를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정부 기관이 발주한 프로젝트에 제안서를 냈다가 프로젝트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사업 아이디어만 도용당한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김사장은 “연구개발비가 부족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제안서를 내는 순간 원천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기업으로 넘어갈 것이 확실해 차라리 포기했다”며 “지난해의 경우 나와 똑같은 피해를 봐 기술개발과 창업을 포기한 바이오 벤처기업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달 A제약회사가 유전공학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목적을 두고 설립한 한 벤처기업은 투자자로부터 펀드 25억원을 조성했으나 얼마전 중점연구 분야를 천연물 추출 및 정제로 바꿨다.
일본의 연구 개발 프로그램을 그대로 들여왔던 이 기업은 다른 벤처업체가 똑같은 사업 아이디어와 제품 생산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연구분야를 전환한 것.신약개발을 믿고 돈을 댄 투자자로서는 결과적으로 사기를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끈기가 없기는 상당수 신생벤처업체도 마찬가지.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던 B사는 이 분야 개발기간이 10년이 넘는다는 외부 전문가의 말을 듣자 당장 매출을 올리기 쉬운 발효제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전국의 대학이 양성하는 벤처기업중 상당수도 유전자 기능 분석과 같은 핵심 분야를 제쳐두고 일반인에게 유전자 감식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 MIT) 출신 바이오벤처기업가인 김진수 툴젠사장은 “투자기간이 길고 인력의 집중 배치가 요망되는 바이오벤처분야의 경우 업체간 분업과 정부 학계 기업간 협업체제가 갖춰지지 않으면 자원만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