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지각변동' 불가피…외국메이커 진출 본격화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프랑스 르노와 삼성차 채권단간의 삼성차 매각 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1년을 끌어온 삼성차 처리 문제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삼성차 매각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사상 첫 해외 매각인 동시에 해외 자동차 메이커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 재편〓르노의 삼성차 인수는 해외업체가 연구개발(R&D)과 생산, 판매 등 자동차 사업 전반을 국내에서 직접 벌이는 첫 사례. 특히 시장점유율 70%로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굳혀온 현대자동차는 버거운 경쟁 상대를 맞이했다.

대우차가 미국 GM이나 포드에 매각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은 대우차 인수업체와 현대, 르노 등 3파전 양상을 띠게 된다.

국내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의 연산능력(기아생산분 포함)은 세계 10위권으로 시장 방어 능력은 있다. 그러나 르노가 2003년까지 한국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하듯 해외업체의 내수시장 잠식은 불가피할 전망.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핵심인 중형차 시장의 경우 품질력을 인정받은 삼성의 SM5가 르노에 인수될 경우 몇 년안에 SM5의 국내 중형차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외 메이커의 본격 진출을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진정한 경쟁을 통해 장기적 생존과 번영을 이룰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입차 업계에선 삼성차 매각이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매각의 득과 실〓삼성측은 르노의 인수제안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삼성차 매각으로 2005년까지 부품업체를 합쳐 12만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15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자동차산업살리기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도 “르노의 향후 투자금액은 1조2000억원이 넘고 7년간 138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르노가 선진기술 이전을 봉쇄하고 삼성차 부산공장을 단순한 하청기지화할 경우 부산 지역 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차 인수전도 가속화〓삼성차 매각으로 대우차 인수전도 가속화할 전망. 대우차의 가치는 삼성차와의 비교가 안될 정도로 초매머드급. 삼성차 자산가치는 1조원에 불과하지만 대우차는 11조8349억원이고 삼성차가 갖지 못한 해외생산법인(12개), 판매법인(33개), 현지수입대행(116개), 딜러망(2800개)까지 구축하고 있다. 현대는 시장방어 차원에서, GM 포드 피아트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해외 원매자 그룹은 르노에 시장 우선 진출의 기회를 놓쳤다는 절박감 속에서 필사적인 인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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