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그룹 세무조사 반응]"문제될 것 없다"겉으론 태연

  • 입력 2000년 4월 24일 19시 09분


삼성 현대 LG 그룹 등은 24일 국세청의 주식이동조사를 맞아“우리 그룹은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며 겉으로는 태연한 입장을 보였지만 주식이동조사가 재벌의 지배구조개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번 일이 단순히 세무조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긴장하는 모습들이다.

○…국세청 고위관계자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삼성물산을 먼저 조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삼성그룹은 이날 계열사별로 상황파악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삼성은 특히 이건희회장의 아들 재용씨가 삼성SDS 전환사채로 막대한 차익을 얻어 참여연대로부터 소송까지 당한 상황이어서 국세청의 주식이동조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참여연대의 소송으로 이재용씨 문제는 오히려 투명해진 측면이 있다”며 “3월 1심에서 이재용씨의 승리로 판결이 난 만큼 국세청 조사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법적인 측면보다는 정서적인 측면이 강한데 이 또한 여론의 검증을 충분히 받았다는 것.

삼성은 최근 부채비율 140%(자산재평가시 120%)를 기록하고 상호지급보증도 모두 해소하여 구조조정 모범사례로 선정된 사실도 감안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경영권 다툼으로 정부의 질책을 받고 있어 이번 세무조사를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간 주식이동이 별로 없어 주식이동조사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

현대 관계자는 “이번 주식이동조사는 모 그룹이 대상인 것 같다”며 현대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어떤 사안이 튀어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긴장을 풀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정부와 재계간 분위기도 좋지 않아 조용히 조사결과를 지켜본다는 게 현대측의입장이다.

○…LG그룹은 국세청의 공식통보를 받지 않았다는 얘기만을 되풀이했다. LG 관계자는 “그동안 이뤄졌던 주식이동은 관련 법규에 맞는 절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룹 분위기도 별다른 동요가 없다”라면서도 “국세청 조사를 받는다는 일은 어쨌든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세무조사가 1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정기 조사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특별세무조사를 하려면 1개기업에 수백명의 조사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

<임규진·이병기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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