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체들 "기름값 올려야 하는데…" 고민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33분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다음달 가격인상 여부를 놓고 SK㈜ LG정유 등 정유사들이 고심하고 있다.

매달 말일에 다음달 판매가격 조정을 하고 있는 정유사들이 고민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재정경제부의 ‘한마디’ 때문.

재경부는 21일 석유제품에 대한 탄력세율을 5월부터 원상회복한다고 발표하면서 “소비자판매가격은 종전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덧붙였다.

재경부는 그 근거로 국제원유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세웠다.

다음달 가격인상 요인을 안고 있는 정유사들은 이같은 정부의 전망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재경부는 “업계에 압력을 넣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가격인상 억제를 ‘주문’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업계는 가격인상요인이 있었던 3월말에도 오히려 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다음달에는 반드시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5월 석유제품 가격산정의 기준이 되는 2월26일부터 4월25일까지의 국제원유가와 원화환율을 감안하면 석유제품은 평균 ℓ당 10원 이상의 인상요인이 있다. 여기에 탄력세율이 환원돼 휘발유의 경우 세금만 ℓ당 39원 정도 오르게 돼 현재 ℓ당 1219원인 휘발유 가격을 최소한 30원 정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

그러나 물가당국인 재경부의 ‘4월 수준 유지 전망’에 업계로선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실제로 인상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솔직히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인상요인을 그대로 반영해야 할지 말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이유로 매달 말일 자정까지 치열하게 벌어지는 업계의 눈치싸움이 이달에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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