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의류업체인 ㈜이랜드는 지난해말 ‘개인측정 성과시스템(BSC)’을 도입, 일부 사원들의 성적표를 공개하는 등 신인사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적용대상은 디자이너와 생산관리 및 구매 직원.
취재기자가 인사고과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을 따로 만나 변화되는 직장생활과 신인사제도에 대한 반응을 알아봤다.
▽상위팀〓성과측정 및 공개는 역시 하위 그룹보다 상위그룹에 강한 동기부여를 주는 느낌이다. 1등을 한 디자이너는 “비교지표가 없을 때는 막연하게 일을 했는데 성적표가 공개된 이후 나 자신의 시장가치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방식도 크게 바뀐다. 성과측정의 중요항목인 판매율과 매출이익 증가에 직원들의 업무가 집중된다.
6등을 한 디자이너는 “과거에는 상사가 지시한 업무를 우선적으로 처리했는데 요즘은 ‘내가 만든 옷이 몇장 팔렸는지’ 항상 신경쓰는 등 판매율을 높이는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대신 서류작업이나 디자인실 청소 등 성과측정과 연관이 없는 업무는 소홀해진다.
성과측정은 또 연공서열 체계를 무너뜨린다. 디자이너들은 “과거에는 입사연도에 따라 할 일이 정해지고 이에따라 위계질서가 엄격했지만 성과측정이후 팀장을 제외한 팀원들은 ‘평등한 동료이자 경쟁자’라는 생각이 확산됐다”며 “입사고참들도 자연스럽게 이런 분위기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측정은 상위팀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 이들은 “한 눈을 팔면 언젠가 낙오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보통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위팀〓하위팀의 지배적인 의견은 성과측정제도에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는 것. 하위팀의 한 디자이너는 “과거부터 잘 팔리는 브랜드를 맡은 디자이너는 본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성과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성과측정은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위팀은 또 상위팀 디자이너들이 경쟁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치열한 경쟁을 달가워하지 않고 인간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경쟁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상위팀과는 다른 분위기. 그러나 하위팀 역시 성과측정이후 업무에 더욱 주력하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회사측〓장광규 상무는 “측정결과를 보고 가장 놀란 것은 회사”라고 말했다. 회사측이 막연하게 생각해온 직원들의 기여도와 통계수치와는 격차가 너무 컸던 것. 회사측은 98년까지 디자이너들을 상중하 3단계로만 평가했다. 99년 디자이너 33명의 1인당 매출이익을 측정한 결과 1등(37억6300원)과 꼴찌(800만원)간에 격차가 무려 470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관리 및 구매분야 직원 역시 1등(1억원)과 최하위(100만원)간에 100배 차이가 났다.
회사측은 이에따라 사업부와 개인간의 성과차이에 따라 연말 성과급을 0∼2000%까지로 차등지급했다.
회사는 99년 개인성과표가 발표된 이후 금년 1/4분기에 디자이너간의 매출이익 차이가 100배로 줄어든 사실에 고무돼있다. 성적표의 공개가 직원들을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내부경쟁을 유발, 직원들간의 생산성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게 회사측의 판단.
회사측은 이에따라 성과측정 시스템을 조금 더 보완, 성과측정을 인사 홍보 등 지원부서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