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광고는 오렌지색으로 통한다?…TV-인쇄광고에 확산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05분


‘네티즌의 혈관에는 오렌지색 피가 흐르는가.’

오렌지색으로 가득 채워진 TV광고, 인쇄광고, 거리의 간판이 눈에 띄게 늘었다.

119 구조대원의 제복색깔, 공사장의 포크레인의 색상 등 ‘안전색’으로 주로 사용돼온 오렌지색은 ‘세련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색깔. 80년대 후반 서울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모였던 부유층 자제들을 ‘오렌지족’이라고 불렀지만 색깔 자체가 ‘부의 색깔’로 연결되진 않았다.

정보통신과 네티즌을 상징하는 파란색, 미래적인 이미지의 은색 금색을 대신해 ‘신인류’의 색깔을 대변하는 컬러로 발돋움한 오렌지색. 이유는 뭘까.

▽광고에서는〓‘오렌지색 마케팅’이 두드러진 곳은 역시 유행의 첨단을 걷는 광고업계.

오렌지색 머리를 한 젊은 남자가 수술대 위에 누워있다. 우주복을 입은 의사가 주사기로 뽑아낸 그 남자의 피는 오렌지색. 현미경 접안렌즈 아래서 주황색 피가 세포분열을 일으킨다. 이때 흐르는 카피 “이제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아드레날린 게토”. 인터넷플라자 프렌차이즈 및 커뮤니티 사업자인 게토(www.geto.co.kr)광고의 한 장면이다.

넷스케이프같은 웹브라우저 없이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통합서비스 넥스터(www.nexter.com)광고도 같은 맥락이다. 이 광고에서 ‘인터넷 신인류’를 대표해 전깃줄 위에 앉아있는 젊은 남녀의 머리색은 오렌지.

대홍기획이 기획한 중고생을 위한 전자사전 ‘리얼딕 세이’의 인쇄광고도 오렌지 일색이다. 오렌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핑클’이 등장하며 광고 구석구석 오렌지색이 사용됐다. 제일기획이 기획한 코리아나 화장품의 엔시아 광고에서는 탤런트 김민희가 오렌지 깃털이 난 ‘오렌지새’로 분장하고 등장한다.

▽기업에서는〓올해 2월 사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CI를 선보인 한솔엠닷컴은 오렌지색을 로고색으로 채택했다.

한솔엠닷컴의 CI담당자는 “정보통신업계가 ‘파도’를 연상시키는 전파(Wave)를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파란색을 테마 색상으로 써왔지만 최근 이동전화의 주 고객이 10대, 20대라는 점에 착안, 신세대의 젊고 역동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화사한 이미지의 오렌지색을 채택해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PC통신 유니텔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웹피(www.weppy.com)도 홈페이지를 오렌지색 일색으로 단장했다. 국민상호신용금고는 침체된 기업이미지를 쇄신한다는 뜻에서 사명을 아예 ‘오렌지 S&F’로 바꿨다. 광고기획사 오리콤은 최근 사무실 리뉴얼 작업을 하면서 ‘광고인과 광고주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다’는 이유로 오렌지색을 채용했다.

▽왜 오렌지〓오렌지색을 분석해보면 거꾸로 신세대의 기호를 읽을 수 있다.

색채전문 컨설턴트 박경화씨는 “오렌지색은 상큼하고 싱싱한 느낌을 주며 식욕을 북돋워주는 색깔이다. 또 안전색으로 쓰일 만큼 주목성이 대단히 높고 자극적인 색상인만큼 ‘튀기’는 하지만 가볍고 들뜬 느낌을 주기 쉽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검은눈, 검은 피부색의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쉽게 어울리지 않는 색상”이라고 설명.

넥스터 광고를 제작한 오리콤의 양충모차장은 “은색, 금색같은 현란하지만 감정이 없는 색깔보다 오렌지색이 감각적이면서도 인간적이고 따사로운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색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긍정론이건 부정론이건 전문가들의 의견에는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신세대들은 ‘내 멋대로 살래’라고 주장하면서도 타인의 시선을 항상 의식하며 ‘튀어야 한다’‘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면서 “오렌지색은 이같은 ‘이중적’ 감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극적이고 자유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신세계들과 일치하는 색상”이라는 설명이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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