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고속철 의혹' 94년부터 제기

  • 입력 2000년 5월 10일 18시 46분


프랑스 알스톰사가 경부고속철도 차량선정과정에서 국내 정 관계 인사들에게 불법로비를 했다는 의혹은 94년부터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평가조작의혹〓민주당 이윤수(李允洙·당시 국회건설교통위원)의원은 94년9월 보도자료를 통해 “알스톰사의 테제베(TGV)가 경쟁업체인 독일 지멘스사의 이체에(ICE)보다 기술 비용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으나 자의적 개입이 용이한 영업분야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며 정부의 고속철도 입찰평가내용을 공개.

▽청와대와 구 안기부의 압력의혹〓이윤수의원은 10일 “당시 정부의 입찰평가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려 하자 고속철도공단이사장이 ‘발표를 하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했으며 청와대와 구 안기부로부터 많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의원도 94년 9월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권측의 개입의혹을 제기하려 하자 청와대 고위인사가 국회로 찾아와 “나와 상관없는 만큼 내 이름을 거론하지 말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고 설명.

또 97년 구성된 국민회의 고속철도부실공사 진상조사단(위원장 안동선·安東善의원)도 조사과정에서 알스톰사가 국내에서 로비자금으로 150만∼200만달러를 사용했다는 정보에 따라 정부측에 자료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정권 차원에서 방어벽이 쳐진 것이라고 주장.

▽정권과 알스톰사 간 사전공모의혹제기〓민주당은 당시 국회에서 “차량선정 발표 2개월전 스페인과 프랑스 언론이 ‘한국의 고속철도차량에 프랑스 TGV가 선정될 것이고 이는 청와대 고위인사와 관계부처장관 등 3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도내용을 근거로 제시.

또 “알스톰사가 TGV 차량 선정과 관련해 총사업비(1조8000억원)의 10∼12%인 2000억원 정도를 정치 커미션으로 정권측에 제공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

또 당시 정균환(鄭均桓)의원 등 상당수 야당의원들은 차량선정시 바퀴식이 아닌 자기부상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가 바퀴식을 채택한 것도 알스톰사를 배려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

<양기대기자>k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