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의 60조원 자금은 모두 공사채형펀드로 아직까지 시가평가(時價評價)를 적용받지 않는 확정금리부 상품인 일명 장부가펀드. 만기직후인 7월부터 시가평가제가 도입되기 때문에 이 자금이 투신사를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핵폭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리볼빙(펀드교체)’특명〓투신사 영업직원들은 6월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60조원의 자금을 묶어두기 위해 다른 펀드로 교체를 권유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지난해 대우채 파동이후 신뢰를 잃어 어려운 상황.
투신협회에 따르면 24개 투신(운용)사의 공사채펀드는 6일 현재 86조5000억원으로 이중 실세금리대로 시가평가되는 펀드는 11.4%인 9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아직 시가평가를 하지 않는 장부가펀드가 76조6000억원에 달하는 셈. 금융감독원은 이중 내달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장부가펀드에 있는 돈이 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7월 시가평가에 대한 불안감〓장부가펀드는 금리변동에 상관없이 가입당시 제시한 확정금리를 맞춰주는게 지금까지 투신권의 영업관행이었다. 금리변동 위험을 투신사가 고스란히 지면서 고객들에게는 안정적인 금리수준을 보장한 것.
대한투신 채권운용부 관계자는 “당장 7월부터 시가평가를 실시한다고 돼있지만 비과세상품이나 세금우대상품 단위형펀드 등에 대해서는 시가평가를 제외하거나 일정기간 유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자금은 시가평가를 전면 시행한다 해도 무방하지만 일반자금에 대해 시가평가를 강행할 경우 투신권 자금이탈이 불보듯 뻔하다는 설명이다.▽고민하는 금융당국〓금융감독원도 시가평가를 해야하는 7월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장부가펀드가 만기되면 새로운 대체수단으로 옮겨야 하는데도 이미 CBO 펀드와 하이일드펀드는 팔만큼 판 상태. 뉴하이일드펀드와 하이브리드펀드를 허용해주겠지만 얼마나 대체될지는 확신이 안선다는 분위기다.박광철(朴光喆)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과장은 “투신사들이 시가평가를 피하기 위해 만기구조를 6월말까지로 설정한 게 이같은 왜곡된 만기구조를 불렀다”며 “98년 11월 15일에 시가평가 실시방침을 고지했기 때문에 만기가 돌아오는대로 장부가펀드는 자연소멸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