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주택-국민銀 대우지원 외면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29분


우량은행들이 대우 워크아웃 계열사에 대한 신규 외화자금 지원을 한푼도 하지 않아 극도의 기관 이기주의 또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권과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 따르면 10일 현재 ㈜대우의 신규자금 배정금액 1조6938억원 중 8995억원만 지원돼 지원비율이 53.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비중이 큰 국민 주택 등 우량은행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기 때문.

▽약속 어기는 우량은행〓주택은행은 신규자금 지원이 배정된 외화 2739만3000달러(약 304억원)에 대해 한푼도 지원하지 않은 상태이며 국민은행도 1654만2000달러(약 184억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나 전혀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전북 부산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지원을 완료했고 한빛 조흥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도 신규자금 지원을 계획대로 마쳤다.

대우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

1일 현재 △주택(한화 30억원, 외화 159만달러) △신한(58억원) △한미(1150만달러) 등 우량은행들이 약속한 자금 지원을 한푼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금지원 거부의 이유로 대우 워크아웃 플랜이 불투명하다는 점과 투신권의 신규자금 지원분의 일부를 은행이 떠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금융권의 반응.

기조위 관계자는 "우량은행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이미 수차례 채권단협의회를 거치면서 합의를 본 사항"이라며 "이들이 자금지원을 꺼리는 실제 이유는 자칫 부실여신화돼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봉'이 된 공적자금 투입은행들〓한빛 조흥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토종은행'들은 "우리만 봉이냐"며 우량은행과 외국자본이 들어온 은행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은행들은 신규 지원금액의 15%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불리함을 무릅쓰고 워크아웃 약정을 지키고 있는데 정작 자금사정이 좋은 우량은행이 이를 어기는 것은 기관 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이 들어온 제일 외환은행 등이 외국 주주들을 핑계삼아 지원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

기조위 관계자는 "대우 워크아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전체 금융권이 불안해진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달중 주관은행과 함께 신규자금 지원이 미비한 은행에 대해서는 위약금 부과 등의 강력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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