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로비의혹]건교위, 차량 선정과정 집중추궁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40분


국회는 16일 건설교통위를 열어 거액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과정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예외 없이 차량 선정과정에 로비가 있었다는 것을 당연시했다. '로비스트 최만석씨가 정부와 프랑스 알스톰사의 계약이 체결된 94년 6월 알스톰사로부터 1100만달러를 받은 것이 바로 이를 입증하는 근거 아니냐'는 식이었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의원은 "알스톰사가 로비자금을 뿌리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의원은 "로비가 있었으니까 차량이 독일의 지멘스사에서 알스톰사로 바뀌지 않았겠느냐"고 따졌다.

차량 평가작업에 대한 의혹 제기도 많았다. 민주당 송현섭(宋鉉燮)의원은 "차량을 미리 당시 여권 최고위층에서 정해놓고 평가작업을 이에 맞추는 식으로 진행됐다는 말이 많았다"면서 실무진들에게 "차량 선정과정에서 고위층으로부터 지시나 압력을 받은 것을 양심적으로 말하라"고 다그쳤다.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의원은 "평가단의 항목별 점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더니 정부 실무진이 '자료가 없다'고 하는데 진상을 밝히라", 자민련 이재선(李在善)의원은 "핵심은 청와대와 교통부에 금품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로 철저한 조사를 위해 16대 국회에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기술(權琪述)의원은 "지멘스사가 기술 부문에서는 알스톰사를 138점 앞섰는데 영업과 비용 측면에서 앞섰다는 이유로 알스톰사를 선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성능과 경제성 분석표 등을 비교해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윤기(金允起)건설교통부장관과 유상열(柳常悅)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사장은 "로비가 있었는지는 사직당국에서 밝혀질 일로 우리로선 하루빨리 진상이 밝혀져 국민적 의혹이 말끔히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무소속 이웅희(李雄熙)의원 등 16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의원을 포함해 모두 18명(전체 30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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