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는 최근 재건축 조합이 사업승인 이후 분양가나 추가부담금을 인상할 경우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한 기존의 주택건설촉진법시행규칙 20조 3항을 고쳐 공사비 인상을 조합원 총회를 통해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법제처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행규칙은 그동안 시공사가 공사비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해 시공사의 횡포로부터 일반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였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발효되는 하반기부터는 시공사가 사실상 총회의결권을 갖고 있는 조합집행부와 합의해 마음대로 공사비를 올릴 수 있게 돼 일반 조합원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더구나 그동안 상당수의 재건축 조합 집행부가 시공사의 금품로비에 휘말리면서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조합 자체를 감시하는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건교부가 오히려 규제를 완화키로 한 것이다.
또 시행규칙 20조 3항이 일반분양 입주예정자의 분양가 인상도 동시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 아파트의 공사비 인상만 조합총회에 위임하고 일반분양 물량은 계약자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할 경우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건교부 주거환경과 관계자는 “시행규칙 20조 3항은 ‘재건축 사업은 민간주도로 진행된다’는 대원칙과 상치돼 그동안 불필요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었으며 원활한 사업 추진에도 걸림돌이 돼 이번에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규칙개정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우려하며 정부에 개정안 통과방침을 재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김남근(金南槿)변호사는 “대법원도 조합과 시공사와의 당초 계약을 변경할 때는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정부가 사업자에게만 유리한 법을 만들어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