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분가해도 재벌?…30대기업에 '현대' 4개

  • 입력 2000년 5월 18일 18시 33분


‘재벌은 분가를 해도 역시 재벌.’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 소그룹이 현대에서 계열분리키로 확정됨에 따라 현대는 30대그룹에 현대그룹(현재 1위) 현대정유(13위) 현대산업개발(25위) 등 3개 그룹외에 현대자동차 소그룹을 새로 추가하게 됐다. 30대 재벌에 ‘현대’라는 상호가 붙는 기업집단이 4개나 되는 셈.

현대그룹은 26조원의 자산을 가진 현대자동차 소그룹(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 현대캐피털)이 빠져나감에 따라 자산이 88조원에서 62조원으로 줄어(작년말 기준) 앞으로 1등을 삼성(67조원)에 내주게 됐다. 대신 자산 26조원인 현대자동차그룹은 SK그룹에 이어 자산순위 5위인 재벌이 됐다. 자동차 소그룹만해도 한진(20조) 롯데(15조) 보다 덩치가 더 큰 재벌인 셈.

30대 재벌에는 끼지 못했지만 ‘현대 패밀리’가 이끄는 대기업은 이외에도 많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순영씨가 이끄는 성우그룹, 막내동생 상영씨가 이끄는 금강 고려그룹이 ‘1세대 그룹’. 한라그룹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재계 순위 17위의 대그룹이었지만 한라중공업 만도기계 한라시멘트의 지분매각 부채정리로 자산이 크게 줄어들어 30대 그룹에서 탈락했다.

‘2세대 그룹’으로는 정명예회장의 7남 몽윤회장이 98년말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이끌고 분가했고 3남 몽근회장은 99년초 현대백화점 한국물류 한무쇼핑 등을 이끌고 현대백화점 그룹으로 계열에서 분리했다.

삼성그룹 역시 삼성에서 분가한 한솔(11위) 제일제당 (23위) 새한(27위) 신세계(29위) 등 4개 그룹이 30대그룹에 들어있다. 이번에 구조조정에 들어간 새한그룹은 내년에는 30대 그룹에는 끼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분가한 재벌중 최근 가장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있는 곳은 현대산업개발과 제일제당 한솔 등 3개 그룹.

눈물을 머금고 평생을 일구어온 현대차를 남기고 떠난 정세영 회장과 정몽규 회장 부자는 분가이후 빌딩 자동화사업 전문업체인 아이콘트롤스를 인수하는등 단기간에 계열사를 6개로 늘려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금년말 서울 삼성동에 30층 규모의 최고급 인텔리전트빌딩 ‘아이타워’를 지어 그룹의 위상을 과시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의 장손 이재현 부회장이 이끄는 제일제당그룹은 식품에서 생명공학 정보통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e비지니스 등 계열사만 18개. 이병철 회장의 장녀 이인희 고문과 세아들이 이끄는 한솔그룹 역시 제지 정보통신 전자상거래 환경 생명공학 등 1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업계에서는 분가한 기업의 성장에 대해 “본가에서 인력 자금 물자를 도와줘 쉽게 성장했다”는 평과 “경영자 집안답게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해서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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