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교역조건 10년래 최악…주력 수출품 단가 폭락

  • 입력 2000년 5월 19일 19시 48분


올들어 수출단가는 떨어지고 수입단가가 오르면서 수출입 교역조건이 90년 이후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9일 올해 1·4분기(1∼3월)중 수출단가지수는 62.2(95년〓100)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 올랐으나 99년 4·4분기(10∼12월)에 비해 4.9% 떨어지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고 밝혔다.

수출단가의 상승폭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및 전기전자제품의 수출단가가 물량증가로 인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20.9%, 19.9%씩 줄었기 때문. 이들 두 품목을 제외하고는 화공품(30.1%) 철강제품(9.6%) 등 대부분의 품목은 수출단가가 상승했지만 반도체와 전자제품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전체적으로 상승폭이 준 것.

반면 수입단가는 1·4분기 중 85.8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9% 상승했으며 지난해 4·4분기의 81.8과 비교해도 4.9% 상승했다. 수입단가 상승은 원유도입 단가가 128.8% 오르는 등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데다 철강재가 12.4%, 비철금속이 21.4% 오르는 등 국제원자재가격이 44.7%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수입량을 의미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72.5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7% 하락해 1년째 하락세가 지속됐으며 분기별 수치로는 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낮을 경우 수출을 하면 할수록 채산성이 떨어져 직접적인 경상수지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더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수입단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어 교역지수가 개선될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이 개선돼 수출단가 상승요인이 있지만 이보다 원유 등 수입부문의 가격 상승이 훨씬 클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 교역지수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미국시장의 침체로 수출신장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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