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대투 전경영진 수사의뢰]시민단체 "솜방망이다"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49분


‘솜방망이 같은 징계로 혈세 낭비를 단죄할 수 있겠느냐.’

‘정책실패가 더 큰 데도 애매한 경영진만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는가.’

정부가 26일 7조90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될 한국 대한투신의 전 경영진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공식 의뢰하면서 투신업계와 정부간에 부실책임 논란이 거세게 불거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날 양 투신 부실책임을 물어 변형(邊炯)한투 전사장과 김종환(金鍾煥)대투 전사장을 비롯, 전임원 8명을 투신업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와 함께 양 투신 전임원 5명이 업무집행 정지를 받아 향후 4년동안 은행 보험업계에 투신할 수 없게 됐다.

▽손방망이론〓부실검사를 총괄한 금감원 문홍순 자산운용검사국장은 “대우채 위험이 현저해진 99년에도 양 투신은 무보증 대우채를 사들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수사의뢰 배경을 설명. 외국에 펀드를 설립, 운용하면서 리스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손실을 입은 점도 지적했다.

시만단체 등은 “두차례에 걸쳐 7조9000억원이란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에 비하면 징계가 너무 가볍다”며 ‘예상대로 흐지부지 끝났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사의뢰를 하긴 했지만 대부분 전직 임원들이고 검찰이 배임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것. 특히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는 한투사장 재임(94년3월∼96년8월)중 실적배당 원칙에 어긋나는 수익률 보장각서를 써줬다가 230억원의 손실을 끼친 직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았는 데도 가장 가벼운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감독당국 문책은 없나〓반면 투신업계는 “결과적으로 문제가 된 사안을 모두 경영판단 실책으로 떠넘기기에는 무리다”는 입장. 대우채 손실만 해도 채권 편입당시에는 투자적격인 A등급이고 정부도 ‘문제없다’고 장담했다는 것.

설사 부실책임 지적이 옳다고 해도 ‘감독당국은 뭘 잘했는가’라는 강경론도 나온다. 4, 5년전 일이 문제가 된다면 수시로 검사를 나갔던 감독당국은 그동안 잘못을 발견하고도 눈을 감아줬든지 아니면 감독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난이다.

투신사 한 임원은 “투신정책 실패를 자초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책임자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을 덮고 은폐했다면 직무유기로, 이제야 과실을 발견했다면 업무상 태만행위로 똑같이 검찰에 통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래정·최영해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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